[손혁재의 대선 길목 D-20] ‘진보정치 역설’ 심상정 “정치를 바꾸자”

심상정 후보

14명의 후보가 뛰고 있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만 보입니다. 어쩌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관련 기사가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올 뿐 그 밖의 후보들은 거의 안 보입니다.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비용 마련도 쉽지 않고 국고보조도 받지 못하니 플래카드 제작도 그들에겐 부담일 겁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이라지만 선거 구도나 선거캠페인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유력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시민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던 후보나, 후보등록을 하고나서야 출마가 알려진 후보들의 정보를 시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이 많이 다루길 바라지만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 기조는 ‘유능’과 ‘위기극복’입니다. 그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업무능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지지율이 흔들렸던 이 후보로서는 ‘유능한 경제대통령’ ‘일 잘 하는 유능한 지도자’라는 것에 선거운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선거운동 기조는 역시 ‘정권심판’입니다. 윤 후보의 ‘무능정권 심판’ ‘부패·무능정권 교체’ 소리는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 후보 지지자의 상당수가 지지 이유로 꼽은 게 “상대후보(이재명)가 싫다거나 소속정당(국민의힘)” 때문입니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활력을 잃어버리고 정치를 망친 기존의 보수양당 체제를 바꿔달라고 호소합니다. 인권 등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이룬 진보적 성과를 거론하며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심 후보는 ‘정권을 바꾸자’는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선거운동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일시 선거운동을 중단했지만 안철수 후보의 선거운동 기조도 윤석열 후보처럼 정권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의 주역이 윤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와 달리 호감도가 비호감도보다 높은 자신만이 도덕성과 능력을 함께 갖춘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경제관료(경제부총리) 출신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한국 경제를 살리겠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의 움직임은 언론보도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약소후보들에 대한 언론이나 시민의 관심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TV토론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바꾸자’는 민심과 ‘바꾸지 말자’는 민심의 대결구도입니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바꾸자’는 민심이 조금 더 많지만 도덕성, 호감도와 비호감도, 유능과 무능 등의 변수가 얽혀 있어 결과를 섣불리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박빙의 결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의 최종적인 선택 기준이 무엇이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는데, 옳고 그름의 기준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단계이고, 둘째는 옳음을 고수하고도 해를 입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이익을 얻음이요. 마지막 가장 낮은 단계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해를 보는 경우이다.”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입니다. 대선 후보를 선택할 때는 모든 시민들이 다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있을 겁니다.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가장 높은 단계의 선택이 어렵더라도 ‘그름을 추종하고도 해를 보는’ 가장 낮은 단계의 선택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통령은 뽑히는 게 아니라 유권자인 우리가 뽑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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