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19] 오미크론 ‘급확산’과 거리 유세

이재명 후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2월 15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안철수 후보 운동원 2명이 유세 차량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중단했습니다. 선거운동 중 선거운동원이 목숨을 잃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후보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1956년 제3대 대통령선거 때는 신익희 민주당후보가 호남선 열차 안에서 뇌일혈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그 전 날 신익희 후보의 한강백사장 연설에 30만명이 모였습니다. 당시 서울 유권자가 70만명 정도였습니다. 고무된 신 후보는 쉬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를 마다하고 무리하게 유세를 강행하다가 비극적 최후를 맞은 것입니다.

예전에는 대규모 군중동원 연설회가 열렸습니다. 장충단 공원에서, 한강백사장에서, 여의도공원에서, 그리고 보라매공원에서 수십만명씩, 때로는 백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천문학적 정치비용이 들었고, 교통 체증 등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연설회가 금지되었고, 그때보다는 훨씬 적지만 지금도 거리 유세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립니다.

대부분 동원된 당원이나 열성적 지지자들입니다. 이들은 후보를 좋아해서 어떤 일이라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며, 후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고,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목에 핏대를 올립니다. 지지 후보의 근거 없는 주장에 열광하며,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비난도 서슴지 않습니다.

구태여 거리 유세에 불러내지 않아도 되는 열성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이유는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입니다. TV 뉴스에서 몇 초 동안 배경으로 깔리는 유세현장에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밴드왜건 효과를 노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시민들을 지지자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거리 유세가 코로나19 확산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오늘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습니다. 정부는 확진자 수를 최대 17만명 정도로 예측하고 있지만 더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2년 전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의 코로나19 확진판정을 계기로 1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던 날입니다.

윤석열 후보

오미크론 변이 확진이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누적 4억명을 넘은 게 불과 열흘 전(2월 8일)입니다. 확진자 수가 3억명이 넘은 게 1월 6일이니 1달 만에 1억명이 추가 확진된 것입니다. 사망자가 100만명에 가까운 미국은 확진자가 1억명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보다 확산세나 치사율은 낮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오미크론 폭증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확산의 통로가 될지도 모를 현행 유세 방식을 재고해야 합니다. 지지자들이 대규모로 빽빽하게 밀집해서 구호를 외치고 율동과 떼창을 하는 장면은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후보들이 삶의 현장에서 시민을 직접 만나 소통할 필요성이 있어 거리 유세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는 실내 유세나 온라인 소통의 확대 등이 좋은 대안이 될 겁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건 역시 TV 토론입니다. TV 토론은 지지자를 모아놓고 일방적인 주장을 펴는 거리 유세보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입니다.

더 많은 시민에게 자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TV 토론은 군중동원 거리유세의 부작용과 코로나19 확산 불안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TV 토론이 더 자주, 더 다양하게 열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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