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①] 해외에서 꼭 지켜야 할 것들
저녁식사를 거른 채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어느 날 MRT(싱가포르의 지하철)입구 편의점에서 빵을 샀다. 열차가 역에 도착하기 전에 역내에서 간단히 요기를 할 생각으로 빵 봉지를 뜯으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편의점 판매원에게 지금 산 빵을 역내에서 먹을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단번에 “노우!”라고 단호하게 대답하며 기차 안뿐만 아니라 역내에라도 음식을 먹게 되면 벌금을 추징당한다고 말해 주었다. 물어 보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장소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곳곳에 붙어 있는 벌금 안내표시를 보면서 이런 것들에 민감해야 이곳에서 무난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거리에서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리다가 사복경찰에게 발각되어 그 자리에서 200불짜리 스티커를 발부받는 일은 싱가포르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또한 정부의 허가증이 없는 일하는 가사 도우미를 고용했다가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신고 당하게 되면 고용한 주인이 고액의 벌금을 물게 된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내 집에서 하던 편한 습관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어릴 때 부모님께 배워왔던 것처럼, 외국생활이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 요구되는 것임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세계 각국을 마치 이웃마을 다니듯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이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문화에 따른 에티켓은 물론 국제법규에 대한 인식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임에 틀림 없다. 무심코 한 행동이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고, 한 순간 실수가 예기치 못한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안타까운 경우들을 종종 보아왔기에 해외에 나오는 경우에는 방문이든, 여행이든, 유학이든 상관없이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과 사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해외생활 동안 여러 경우를 직·간접으로 겪게 되면서 마음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해외에 머물면서 비자 만기가 되었는데도 미처 챙기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 추방당하거나,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어 젊은이의 앞날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 비자에 따라서 일을 가질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을 쉽게 생각하고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세금과 과태료를 추징당해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게 되는 경우도 보았다.
어린아이를 귀엽다고 함부로 만지다가 성추행범으로, 또 무단으로 식물을 채취하여 자연보호법에 저촉되는 경우 등 준법정신의 부재와 무관심이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경고문이 있는 낚시주의 구역에서 낚시 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 해안의 모래사장이나 사막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며 달리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상식 부재와 경고 무시가 원인이다. 의외로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다는 것을 느낀다. 세계 곳곳에 한국 유학생과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사고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또한 계절에 따른 각 나라와 지역의 기후 및 날씨 특성에 대한 사전정보와 지식이 없는 경우 자연재해에 노출될 확률도 크다. 언젠가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계절에 유럽의 어느 지역을 여행 갔다가 렌터카가 전복되어 사고를 당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전 지식이 있었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인터넷 보급으로 많은 웹사이트에는 다양한 해외정보로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해외의 어느 한인회나 대사관의 웹사이트에도 법규나 법의 저촉이 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한 수칙이 게재되어 있는 곳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누구를 탓 할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책자와 웹사이트를 통해서 미리 준비해서 알고 가면 얼마든지 막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관심으로 인하여 몸소 겪으면서 불이익을 당하고 물질적인 손실을 입고 또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고 나라 위상이 손상 되는 경우를 보게 되어 안타깝다. 특히 공항과 식당과 호텔 등의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또 어떤 행동을 해선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지침이 없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관심분야 밖의 일이기 때문일까?
요즘은 빅데이터 활용으로 각국 국민성향에 대해 통계 내는 것이 쉬워졌다. 갈수록 이민자와 방문자가 많아지는 나라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유형별 국적별 통계를 내어 따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는 유학 온 한국학생들이 출국 전 마지막 달 사용한 국제전화 전화요금을 내지 않고 출국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자 법이 바뀌어 유학 온 학생들에게는 보증인 없이는 전화를 신청할 수 없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고, 운전대 방향이 반대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유난히 교통사고를 많이 내어 어떤 보험회사는 거주했던 국적별로 별도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시키는 제도도 생겨났다.
자신을 보호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자녀로 키우고 싶다면, 나아가 또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인해 내 자녀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려면, 자신의 행동이 오직 자기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도록 먼저 가르치고 미리 훈련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이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자녀교육이며 남겨줘야 할 무형의 자산이다. 세계무대에서 살아갈 우리의 자녀에게 기본적인 예의와 그 나라의 법을 존중하는 준법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야 어글리 코리안 오명을 벗고 문화한국인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TIP 11.
-해외에 나가기 전에 그 나라에서 해서는 안 되는 예의 없는 행동들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행동들에 대해서 점검해 본다.(관광지에서의 낙서금지)
-방문국에서 추방사유가 되는 중죄가 무엇인지 알아본다.(음주운전, 성추행 등)
-해외의 각 공항의 출입국시 반입금지 물품의 목록을 미리 알아본다.
-현금 보유액을 신고해야 할 경우, 금액 제한에 대해 미리 알아본다.
-공항에서 질문을 받을 시에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영어는 미리 연습하거나 어플을 깐다.
-해외에서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을 알아둔다.
-어디에 가든지 주의사항이 적힌 안내문을 눈 여겨 보아 둔다.
-어느 곳에서든지 한국인임을 기억하고, 매사 행동에 주의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불법이나 편법보다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공장소에서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경고문이 있는지 먼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