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②] 30대 후반 주부가 20대학생들 제치고 ‘우정상’ 받은 까닭

뛰어난 개인의 단독 플레이보다 약간 부족하지만 맘과 뜻을 합하는 사람들의 협업이 훨씬 큰 성과를 낸다.

30대 후반에 처음 뉴질랜드에서 해외생활을 시작하면서 20대 초반 친구들과 함께 대학부설 언어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대학입학 후 학업과 학교 시스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스였다. 한 반에 15명 정도의 해외출신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분기별로 영어성적을 평가하여 우수한 학생은 고급반으로 승급을 시켜준다.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 중에는 아시아 학생들이 많았는데 비슷한 또래들이라 경쟁심 또한 무척 강했다. 3개월 후 성적표를 받는 날에는 승급을 못할까봐 모두들 노심초사하는 표정이었다.

그날 아주 특별한 상이 있었는데 ‘우정상’이었다. 언어코스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우정상’은 과연 어떤 학생이 받는 것일까? 급우들을 잘 챙겨주고 수업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학습 분위기를 잘 이끄는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었다. 뜻밖에 나는 그 상을 받게 되었다.

나 혼자 주부이고 나이가 가장 많은 탓에 가끔 집에서 간식을 만들어 와서 급우들과 함께 나누어 먹은 것이 아마도 화합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급우들 중에 해외 경험이 처음이라 새로운 생활환경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문화와 언어의 장벽으로 여러 나라 출신의 친구들과 사귀는 것이 쉽지 않아 스스로 소외되는 학생도 있었다.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친절을 베풀고 면학 분위기를 향상시키는 학생에게, 학교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우정상’를 만들어 치하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시간이 좀 지난 후였다.

팀 프로젝트는 4-5명의 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연구과제를 수행했는데, 개인적으로 경쟁심이 강한 학생들이 많았던 팀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팀원들로 인해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영어실력은 좀 부족하더라도 협동적인 팀원들로 구성된 팀은 단결이 잘 되는 바람에 비록 영어수준은 중간인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좋은 성과를 내었다.

서로 가르쳐주고 정보도 공유하는 분위기의 반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활동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학교측은 이미 오랜 임상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정상’이라는 것을 만들어 기여한 사람들을 격려해 준 것이었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볼 때 어떠한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지 경쟁심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직에서 개인의 성과보다는 구성원들과 잘 협력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여하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서로 즐겁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되어야 그 안에서 동기부여와 시너지 효과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몇 사람의 개인들의 눈부신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어떠한 집단이나 조직에서 상호간의 원활한 관계를 통해 전체적인 성과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미처 해낼 수 없는 것, 바로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고 마음을 헤아리며 또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개별 경쟁을 통해 개인의 탁월함을 보여줘야 하는 시스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청년들이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곳이 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초중교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주에 살면서 주말에 브런치를 먹으러 동네 카페에 가보면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주문을 받으러 와서 수줍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메뉴판을 놓고 간다. 한국에서 그 나이의 아이들은 그 시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호주 소년은 동네 카페에서 다양한 상황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경제 감각을 익히며, 소통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 주방의 셰프 아저씨와 또 카운터을 보는 주인아줌마와 함께 협업하면서 비즈니스 감각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로 자녀들을 키우려면 이제 부모들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훌륭한 스펙을 쌓기 이전에 자녀들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잘 어울리는 훈련과 더불어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자녀의 미래를 이끌어주는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TIP 10

△지역 내 합창단이나 청소년오케스트라 같은 곳에 입단하여 협업의 중요성을 익히게 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친구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공동구매를 하게 하여 경제 감각을 익힌다.
△방학 때는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이는 캠프에서 대인관계 훈련하게 한다.
△방학 때는 친구들과 자체적인 팀 프로젝트를 독려하여 협업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방학 때 자원봉사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만든다.
△방학 때 조부모나 선생님께 편지를 쓰게 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을 시킨다.
△자신의 재능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공동체의식을 갖게 한다.
△외동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대인관계를 배울 수 있도록 형제가 많은 가정과 교류한다.
△주말에는 종류가 다른 가사 일에 참여시키면서 일 처리하는 요령과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적합한 조언자가 누군지 스스로 찾게 하여 문제 해결능력을 향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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