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혜미의 글로벌 TIP④] ‘잔소리와 걱정’ vs ‘지혜로운 조언’

출처 허프포스트코리아

“이번 휴가 때 어머니를 만나고 왔어요. 특히 에너지가 고갈될 때 어머니를 만나면 새 힘을 얻을 수 있지요. 연로하여 육체적으로는 연약하시지만 그분의 인생 경험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또 용기를 얻을 수가 있어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뉴질랜드 친구들 중에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꼽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들은 삶에 힘든 고비마다 어머니를 찾아가서 함께 대화를 나누며 위로와 격려뿐만 아니라 삶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지한 조언을 받는다. 반면 해외에 나와 살면서 한국에 가서 친정어머니를 뵙고 온 한국 지인들에게 “어머니에게 고민상담 좀 하고 왔나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은 이런 대답을 한다. “연로한 어머니가 괜한 걱정을 하실까봐 아무런 얘기도 못하고 돌아왔어요. 연세가 있으셔서 건강도 안 좋으신데 내 힘든 얘기까지 어떻게 받아주실 수 있겠어요. 차라리 걱정만 안겨드리느니 차라리 모르시는 것이 낫지….” 이러한 두 경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한국의 많은 어머니들은 자녀가 장성하면 과연 그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게 될까?’ 유난히 자식 걱정이 많은 한국의 어머니들… 자식을 위해서라면 내 한몸 희생해서라도 뭐든지 하겠다는 준비가 되어 있는 한국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은 오늘날 세계에 유례없는 놀라운 발전을 한 나라로 대한민국을 성장시키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전쟁 직후 베이비붐 시대에 자녀를 낳아 키운 어머니들은 본인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면서 자식을 위해서 애썼다.

“어머니 희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찡해요. 오직 자식만 바라보며 사신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이 존경스러워요”라며 대부분의 한국의 중년들은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에 안타까움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혜택을 누리며 고도 경제성장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부머들의 자녀들은 과연 자신의 어머니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최근 30대 중반 한인 여성들과 ‘엄마의 이미지’에 대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어릴 때 엄마와 함께 가장 자주 갔던 곳은 세일을 막 시작하는 백화점 매장이었어요. 복잡한 곳에서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던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짜증이 나요.”

“잔소리로 시작해서 잔소리로 끝나는 우리엄마의 녹음테이프 같이 반복되는 레퍼토리는 이미 온 식구가 다 외우고 있을 정도에요”

“저의 경우는 공부를 위해 항상 뒷바라지 해주신 엄마가 고맙기는 하지만 때로 제가 공부하는 것이 제 자신보다 마치 엄마를 위해서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는 엄마가 모순되는 말씀을 하실 때가 가장 당황스럽지요. 제가 대학 다닐 때는 학창시절에 연애하면 공부는 언제 하냐며 못하게 말리고서는 졸업 후에는, 대학 다닐 때 남자친구도 하나 안 사귀고 뭐 했냐고 말씀을 하셔요.”

“제 경우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것을 엄마가 지도하는 대로만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저 혼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어요. 모든 선택이 두렵고 또 자신이 없어요. 제 결혼문제도 엄마가 본인문제처럼 적극적이신데 사실 저의 취향과 내면에 대해서는 얼마나 잘 알고 계시는지 의문이에요. 때문에 결혼만큼은 제가 원하는 배우자를 제가 선택하고 싶어요. 뜻대로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녀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가정문화를 이끌어 왔다면 혹은 어렸을 때부터 자녀가 작은 것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면, 자녀의 나이 들수록 부모와 더 없이 친밀한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자녀를 가장 잘 아는 부모만이 조언할 수 있는 속 깊은 조언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부모는 자녀와의 진지한 대화는 먼 훗날로 미룬 채, 바쁘다는 이유로 매사 일방적인 지시와 잔소리로 일관하기 쉽다. 그런 관계를 이어간다면 노후에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단지 걱정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니 어쩌면 소통의 부재로 자녀가 가진 문제와 고민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서 걱정만 하는 슬픈 현실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걱정을 하는 부모가 될 것인가 혹은 지혜로운 조언을 하는 부모가 될 것인가? 그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Tip 5

-자녀에게 일방적인 조언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이야기 핵심을 먼저 파악하자.

-걱정이나 조언을 하기 전에 그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 것인지 스스로 반문해 보자.

-자녀 문제를 해결할 때 당면과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몇 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고 조언해 주자.

-자녀에게 조언할 때 부모자신의 경험을 우선시하기보다는 시대 흐름을 먼저 읽어보자.

-자녀에게 무엇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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