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반 4세 ‘KGB 원조’ 공안사찰조직으로 ‘공포정치’

[아시아엔=김중겸 (사)치안발전포럼 이사장, 전 경찰청 수사국장] 권력 쥐게 되면 수호에 나서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누가 언제 찬탈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급습(Sudden Attack) 막기 위해서는 동향정보가 필요하다.

심복이라고 안심? 측근일수록 정적이 손써서 제 편 만든다. 저 멀리 지방에 있는 부하의 무소식은 희소식? 아니다. 모반 은폐하는 술책이라면 당하고 만다.

눈과 귀가 필요하다

로마황제는 직속부대(Frumentars) 은빛여우를 시내 요새에 주둔시켰다. 밀밭 경작과 수확물 징수 및 세금 걷기를 관리하며 불온행동 염탐했다.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1세는 먼 곳의 첩보 한시라도 빨리 손에 넣으려고 했다. 파발꾼 잘 달리게 지름길(royal road) 닦았다. 동서양 역참驛站 제도는 그런 용도로 쓰였다.

왕들은 친위대를 경호와 수도치안 및 정보수집부대로 활용했다. 중국 명나라. 황금빛 제복의 錦衣衛금의위는 의장대였다. 신변경호, 궁궐수비, 반역탐지에 주력했다.

일본 에도시대 메츠케(目付)는 고위직 장군심복이다.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 대소 신하의 동정을 감찰하고 탐정하는 자리다.

우리나라 왕조시대 사헌부는 왕권위협 요소에 대한 경계사찰과 문초 담당하는 특무기관이었다.

불온한 기미가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다가 심문했다. 고문과 처형은 일상다반사.

여기에다가 유급 정보망 노릇을 직업으로 하는 자가 어디 한둘인가. 고급정보 물어온다.

이반 4세의 복수

1533년 러시아 이반 4세가 3살에 즉위했다. 실권 쥔 귀족들이 그를 궁궐에 가뒀다. 죄수처럼 다뤘다. 의복과 음식을 구걸했다. 하도 배고파 쓰레기 뒤져 먹기도 했다.

열세 살 때. 침실까지 들어와 침대에 발 올려놓고 떠드는 귀족이 있었다. 무례함과 방자함 참기 힘들었다. 동무 겸 경호팀에게 지시했다. “잡아오라.” 끌려오자 개에게 던졌다. “뜯어 먹어라!”

한번 더 해야 효과 나겠지? 건방지게 구는 또 한명을 여러 귀족 앞에서 징벌했다. “가서 물어!” 얼굴의 살 다 발라냈다. 그러자 모두들 “황송합니다!” 한목소리였다.

원성 자자한 탐관오리 80명을 추려서 체포했다. 눈 내리는 광장의 기둥에 벌겨 벗겨 묶었다. 수염에 불 붙여 죽였다. 그러고도 뇌물 요구할 수 있었을까?

1380년부터 존속한 근위대(Rynda)가 있었다. 자신이 만든 부대가 아니었다. 신뢰불가! 1550년 사격수 스트렐치Streltsy 연대 새로 창설해 경호경비, 첩보업무, 정적의 처형 맡겼다.

공안사찰조직 ‘오프리치니키’…KGB 원조

그런데도 아직 겁 없는 자들 있다고? 1565년 손봐줄 조직 오프리치니키(Oprichniki)를 만들었다. 직접 고른 300명으로 편성했다. 지휘는 죽마고우에게 맡겼다. KGB 원조다.

검은 옷, 검은 말, 검은 안장으로 치장한 검은 친위대 흑위黑衛다. “너 불만 있어?” 체포해 고문한 후 처형했다.

반역자를 냄새로 찾아낸다고 개나 늑대의 머리 달고 다녔다. 일단 찾아내면 일제소탕, 쓸어버린다며 빗자루도 갖고 다녔다. 무시무시한 상징이다.

이반 4세에게 Grozny라는 별명 생겼다. ‘적을 두렵게 한다’는 뜻이다. 일본인이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벼락에 빗대어 벼락황제 뇌제雷帝라 번역했다.

1570년 노브고로드에서 5주 내내 학살극 벌였다. 도시 자체가 몽땅 사라졌다.

시간 흐르자 타성에 젖었다. 대원들이 사익추구에 급급했다. 배불러지자 첩보수집과 대처에 허점 생겼다. 1572년 해체.

황후 생매장하고 아들 때려죽이고

우연히 황후침실에 들렸다가 연인 부르는 잠꼬대 들었다. 이튿날 둘을 잡아다가 생매장했다.

며느리가 속 비치는 옷 입었다며 두드려 팼다. 이에 유산하자 불만을 표시하는 황태자를 때려 죽였다. 대가 끊겼다. 736년을 이어온 루리크왕조가 단절됐다. 로마노프왕조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