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 이와타 교수 “일본의 ‘코로나 팩터 X’는 환상”

일본 감염증 전문가 이와타 교수

코베대 이와타 교수 “아직은 ‘안심’보단 ‘안전’이 중요”

[아시아엔=정연옥 <아시아엔> 객원기자, 일본어 통·번역가] 최근 ‘제3파’라고 불리는 현재의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확대와 관련, 감염증내과 전문의 이와타 켄타로 코베대학 교수는 ‘제2파’도 수습하지 못한 채 발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타 교수는 제2파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이유를 ‘무드’(mood)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정부의 Go To Travel 캠페인이나, 스가 정부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경제회복 정책으로 말미암아 일본 전체의 분위기(mood)가 감염대책을 안일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쿄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일본에서 신형 코로나의 중상자나 사망자가 적은 요인을 ‘팩터(factor) X’ 덕택이라고 했다. ‘팩터 X’란 BCG 백신 접종으로 인한 ‘교차면역’과 ‘획득면역’을 의미한다고 한다.

팩터 X

교차면역(cross immunity)은 하나의 항원이 두 종류의 병균에 작용하는 면역이다.

또 획득면역(acquired immunity)은 자연면역으로 병원체 등의 이물질을 다 처리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2차 방어로 보다 강력한 획득면역이 작용하여 이물질을 제거한다.

BCG 백신에 의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및 중증화 억제에는 회의론도 있지만, 실제로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감염자수·사망자수 모두 놀라울 정도로 분명히 억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같은 이베리아반도에 있으며, 사람 왕래도 많고, 인종이나 음식문화는 비슷하다. 그러나 BCG 접종국인 포르투갈의 감염자수·사망자수는 스페인보다도 훨씬 낮다. 인구 100만명 당 사망자수(2020년 10월 1일 시점)는 스페인이 687명인데 비하여 포르투갈 192명이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시아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BCG 접종이 의무화되어 있어 유럽이나 브라질보다 중증환자 비율이 낮다고 한다.

BCG가 면역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영유아에게는 결핵 이외의 질병에 대한 내성(耐性)을 높여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고령자에 대해서도 호흡기 감염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야마나카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 메르스, 코감기 바이러스와 동종 바이러스로 유전자 구조가 비슷하여,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정보를 기억한 ‘메모리 B세포’나 ‘메모리 T세포’ 등의 면역세포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에도 공통되는 표시를 찾아내 대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야마나카 교수가 정부를 돕기 위해서 이러한 가설을 세운 것은 아니다. 과학자로서 미지의 현상을 규명하려는 실마리로 내놓은 것이었지만 정부 정책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국민들도 이 가설에 필요 이상으로 ‘안심감’을 느꼈다.

아직 아무런 과학적 뒷받침도 없는 가설에 기대어 일본인들이 ‘안심감’이라는 환상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서는 ‘팩터 X’를 강력하게 입증할 보고는 별로 없다. 미미한 극소수 보고는 없지 않지만, 그것만을 가지고 일본인이 안전하게 관광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코베대 이와타 교수는 “‘안심’이 아니라 ‘안전’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안전’과 ‘안심’, 이 두 단어를 세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안전’은 사용해도 ‘안심’이란 말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와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안전’이 그 어떤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것에 비해, ‘안심’은 감성적인 문제다. 외국인은 근거나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일본인은 기분의 좋고 나쁨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안심’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정서(情緖)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국민성이 빗나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최소한 바이러스에 정서는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론적·합리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아직 ‘안심‘을 말할 국면이 아님은 분명하다. ’팩터 X‘는, 확실히 ‘안심감’을 조성하는 말이다.

안심감에 느끼는 편안함이 아니고, 지금이야말로 일본인도, 팩터 X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팬데믹 안에서 일본이 놓여진 상황을 분석하고 국민의 ‘안전’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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