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베 루미나리에’ 향연 25년만에 중단

고베 루미나리에 예전 모습

빛의 작품 전시로 대체···고베대지진 진혼 염원 담아 

[아시아엔=정연옥 <아시아엔> 객원기자, 일본어 통번역사] ‘코로나19’는 25년간 이어져온 ‘고베 루미나리에’ 향연마저 삼켜버렸다.

고베시 당국은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매년 12월 열었던 ‘고베 루미나리에’를 취소하고 ‘빛의 작품’ 전시로 대체해 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고베

코로나 영향으로 처음 중단된 ‘루미나리에’(luminarie)는 조명으로 건축물을 만들거나 치장하는 축제로 ‘빛의 예술’ 또는 ‘빛의 조각’으로 불리며 일본 국내외 관광객들의 높은 인기와 깊은 관심을 받아왔다. 매년 이맘때 동유원지로부터 서쪽으로 뻗은 모토마치까지 거리를 찬란한 빛으로 장식했다.

고베시 당국은 주오구 히가시 유원지에서 규모를 축소해 빛의 작품 전시를 하고 있다.

고베 루미나리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12월 처음 설치됐다.

고베 루미나리에 옛 모습

당시 “지진 희생자 진혼과 피해지역 부흥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밤하늘에 찬란한 불빛을 밝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고베시는 “25년간 계속돼온 이벤트를 완전히 중지하기에는 너무 안타까워 작은 기도의 장소라도 마련하코자 규모를 대폭 축소해 작품 몇 개를 전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에 전시된 빛의 성당 ‘카사 아르모니카’는 고베 루미나리에의 근본 취지인 ‘웃음과 활기의 회복’이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카사 아르모니카는 2004년 이탈리아에서 기증받아 루미나리아에서 등불을 밝혀왔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이 작품에 불이 켜지면서 막을 올린 이번 행사는 그러나 점등식도, 사전 시간 예고도 일체 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외롭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고, 다른 여성은 “올해는 루미나리에가 중단되어 쓸쓸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것 같다”며 “루미나리에가 중단되어도 계속 불빛을 밝혀 주어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한편 루미나리에 전시장에서는 불빛이 밝혀져 있어 지진재해의 아픈 기억을 조용히 묵상할 수 있다.

1995년 1월 17일 새벽 5시 조금 지난 시각, 고베시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망 6434명, 부상 4만3천여명, 주택 붕괴 50여만채, 이재민 20여만명, 그리고 재산피해는 14조1천억엔에 달했다. 이는 당시 일본 GDP의 약 2.5%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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