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 코로나위기 속 사상 최고매출 비결은?

일본전산 나가모리 회장

나가모리이즘···“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아시아엔=정연옥 일본어 통번역사] 세계적으로 두각를 나타냈던 일본 기업들이 불황에 허덕이는 최근 유독 돋보이는 일본기업이 있다. 1973년 단 3명으로 출발해 현재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명 △매출 8조원이 넘는 일본 대표기업으로 정밀모터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일본전산(日本電産, Nidec Corporation)이다. 일본전산은 지난해 1조 5183억 매출에서 올해
11월 11일 현재 16조182억원으로 급증했다. 

일본전산그룹에서는, 정밀 소형모터에서 대형모터까지 각종 모터와 모터 응용제품인 기기장치나 전자·광학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모터 분야에서는 정보통신기기, OA기기, 가전제품, 자동차, 산업기기, 환경에너지용 등 용도와 크기가 다양한 모터를 제조하고 있다.

일본전산은 모터를 ‘정밀소형’ ‘차재용’(車載用) ‘가전·산업용’의 3부문으로 나눠 향후 특히 차재용 모터와 가전·산업용 모터에 주력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전산

일본전산은 오일쇼크와 10년 불황이라는 최악의 주변환경 속에서도 막대한 기술개발과 높은 경쟁력이 필요한 하드웨어 산업만을 고수해왔다. ‘모터전동기 발동기’라는 하나의 키워드에 집중해, 최고의 기술력과 인재양성 전략으로 일본뿐 아니라 세계 업계를 장악했다. 그 성공 뒤에는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라는 경영자가 있다.

일본전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경영자의 일관된 경영방침이다. 모터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사람교육 즉 인재양성이다. 일본전산에서는 전 사원이 나가모리 회장의 이념을 공유해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고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영 풍토가 조성되어 있다.

나가모리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1류기업과 3류기업의 차이는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직원들의 질(質)에 달려 있다” “능력은 1류인데 인간성은 3류라면, 당연히 그 실적은 5류 이하가 되기 마련이다”

3류 인재를 등용해 세계 초일류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게 한 인재전략은 ‘3Q 6S 행동지침’에 담겨 있다.

3Q는 △우수한 노동자(Quality Worker)△우량 기업(Quality Company) △고품질 제품(Quality Products)을, 6S는 일반적인 5S에 ‘행동거지’(躾しつけ)를 덧붙인 것이다.

6S는 1.정리(整理, Seiri) 2.정돈(整頓, Seiton) 3.청소(清掃, Seisou) 4.청결(清潔, Seiketsu) 5.예절(作法, Saho) 6.예의범절 교육(Shitsuke)로 일본식 발음 첫 글자다. 3Q 6S는 일본전산의 경영 노하우이기도 하다.

향후 일본전산을 둘러싼 경쟁 환경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치열하게 추격해 올 것이다. 변화에 대응하면서 일본전산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경영의 스피드를 더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전산의 경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의 톱이 ‘모터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텔레워크에 의한 PC수요의 확대 등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의 전동화나 로봇의 활용범위 확대 등이 모터 수요 확대를 지탱해 주고 있다.

마카베 아키오 호세이대학원 교수는 “2018~2019년 일본전산의 경영체제 변화는 나가모리 회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지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2018년 미·중의 통상 마찰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전산은 톱다운 체제에서 ‘합의제’로 바뀌어 적극 대처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미국과 중국의 마찰은 훨씬 심해졌으며 중국경제 성장의 한계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2019년 1월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중국 수요가 급감하자 일본전산은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

나가모리 회장은 당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며 성장분야 투자를 오히려 늘려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당시 일본전산은 합의제를 취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었다. 이에 나가모리 회장은 합의제를 중시한 경영에 위기감을 느끼고 톱다운 체제로 되돌렸다.

당시 나가모리 회장은 일본전산의 핵심역량인 ‘제품생산’의 배경이 풍부한 세키 준(関潤 せき じゅん) 사장을 초빙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재사업(車載事業)등을 총괄토록 했다. 세키 대표는 부품의 내제화(内製化)와 공급사슬(supply-chain)의 재검토 등을 추진함으로써 수익성 향상을 실현시켰다.

이같은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가 대응해야 할 포인트를 명확히 파악해, 필요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영자가 자사의 강점을 핀 포인트(pinpoint)로 파악해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전략을 책정할 수 있다면 변화에 대응하기 쉽다. 반대로 경영자의 초점이 정해지지 않으면 이것저것 손을 대다가 기민한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가 않다. 또 합의제의 경우 누가 최종 책임자인지가 모호해지기 쉽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일본전산은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는 사훈 아래 낭비요소를 없애고, 혁신적인 모터 기술을 고안함으로써 높은 성장이 가능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나가모리 회장의 경영이념 즉 ‘나가모리주의’를 전직원에게 주입시키는 한편 사원교육도 중요시하고 있다.

일본전산은 사내 대학인 글로벌경영대학교를 운영하며 경영전략이나 파이낸스 등의 전문지식뿐 아니라 나가모리 회장의 경영철학을 경영 간부 후보생에게 전수하고 있다.

교토첨단과학대를 통해서는 세계 최고의 모터 엔지니어를 육성하고 있다.

경영자의 일관성 있는 강한 리더십과 끊임 없는 인재양성으로 코로나 위기를 뚫고 사상 최고의 매출을 이룬 일본전산의 추진력과 인내심에 배울 점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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