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유미리 ‘2020 전미도서상’···노숙자 삶 그린 ‘우에노역공원출구’

    <우에노역공원출구> 표지

[아시아엔=정연옥 일본어 통·번역가]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우에노역 공원 출구>(JR上野駅公園口, 모건 가일즈 번역 ‘TOKYO UENO STATION’)가 2020년 ‘전미도서상’(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18일(현지시간) 유튜브로 생중계된 제71회 전미도서상 시상식에서 유미리 작가는 번역문학부문에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가 선정돼 번역가 모건 가일스와 함께 수상했다. 

<우에노역 공원 출구>는 일본의 고도성장기, 돈벌이를 위해 상경했다가 노숙자로 살다 죽은 한 사내의 영혼을 따라가며 일본을 이야기한다. 유 작가는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 주민들에게 돌리겠다”고 말했다.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全美圖書償)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이번 유미리의 수상은 다와다 요코 이후 쾌거이며, 수상소식은 일본 전체에 깊은 울림을 줬다.

작품 주인공은 후쿠시마현 소우마군(현재의 미나미소우마시)에서 1964년 도쿄올림픽 직전 우에노에 상경해 돈벌이에 매달리며 가족과의 시간도, 자기 자신도 잃어버린 채, 지쳐만 간다.

2014년 일본에서 출간됐지만 일본 국내의 문학상 등은 받지 못했다. 잃어버린 세대의 현실을 소개한 작품으로 최근 코로나재난으로 장래 희망도, 직장도, 삶의 터전도 없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을 앞서 보여준 셈이다.

유미리는 “20대에는 오로지 나만을 위해 글을 썼지만, 지금은 ‘갈 곳도, 있을 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대로 ‘스테이 홈’이란 말이 표어처럼 됐을 때, 집이 없는 사람을 생각해준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유미리 작품의 수상은 코로나로 인해 있을 자리가 없는 사람의 문제의식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자아낸 것이란 분석이다.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씨

작가 유미리는 1968년 요코하마에서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들을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강박적인 도박꾼이었고, 어머니는 10대 유씨를 파티에 자주 데려가는 술집 여주인이었다. 유씨는 가끔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씨의 여동생 중 한 명은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었다. 유씨는 일본어나 한국어를 사용할 때 언어에 대해 너무 혼란스러워 말을 더듬게 되었다. 부모는 그녀가 5살 때 헤어졌다. 그녀는 10대 때 자살기도를 반복했고 결국 고등학교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유미리는 1997년 소설 <카조쿠씨네마>로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하는 등 극작가 겸 소설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녀는 일본의 우익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을 받아오면서도 꿋꿋하게 일본의 민낯을 조명하고 있다.

한편 재미교포 시인 최돈미씨도 시집 ‘DMZ 콜로니’로 이번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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