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교본②] 영국 살인마 데니스 닐슨···죽은자는 범인 곁을 떠나지 않는다

연쇄살인범 데니스 닐슨은 1970년대~1980년대 15명 이상을 살인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아시아엔=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 전 경찰청 수사국장] 산 자가 아니고 죽은 자다. 들켰다! 그래도 빠져나갈 구멍은?

1983년 2월 9일. Dennis Nilsen(데니스 닐센)은 퇴근을 서둘렀다. 어제 밤 처리한 일이 하루 종일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런던의 한적한 주택가 앞길로 들어서자 동네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외투에 모자 쓴 사람들 형사였다.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웬일! ‘아, 그들이 알아차렸구나’ 하는 직감이 휙 뇌리를 스쳤다.

갑자기 어깨가 늘어졌다. 도망칠 마음 싹 사라졌다. 체념과는 다른, 묘한 무력감이었다.

그러면서도 빠져나갈 궁리는 머리가 하고 있었다. ‘하수구의 살점 때문입니까? 무서운 일입니다. 그건, 그건,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누가 놓고 가서… 범인으로 몰릴까 봐…’ 슬픈 표정을 애써 지었다.

하수도 막혀 들통

형사반장이 즉각 받아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나머지 부분 어디 있어?” 엉겁결에 닐슨은 대답하고 만다. “옷장에 있습니다. 보여드리겠습니다.” 시체 조각이 비닐 가방 두 개에 가득 들어 있었다. 주방 냄비 속에도 살점이 있었다.

“아니, 이거, 뭐 한 거야.” “인육으로 만든 스튜와 카레. 맛있습니다. 찜은 별미지요.” 천연덕스럽게 중얼거렸다.

어제 밤 열여섯번째 피해자의 도려낸 살과 뼈다. 좀 더 잘게 자르려다가 말았다. 하수구에 그대로 넣고 물 부었다.

이튿날 부랴부랴 출근 하느라 하수구 재확인 못했다. 막혀 버렸다. 위층에서 부른 배관공이 수리하다 발견, 신고. 연쇄살인은 종신형으로 끝맺었다.

범인은 전직 경찰관-현직 공무원

열다섯에 스코틀랜드에서 육군에 입대. 동성애에 눈 떴다. 12년 복무 후 제대했다. 1972년, 27세에 런던경찰 순경모집시험에 합격. 경찰관 constable 됐다. 비번 때는 동성애자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군말 없었다. 성실했다. 여가시간 적고 규율도 엄격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경찰생활을 1년 만에 접었다. 1973년 직업안정소에 취직했다. 공무원 신분이다.

1975년 길거리 폭력으로 곤경에 처한 노숙자 트윙클을 도와줬다. 이를 계기로 동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둘 사이엔 공통점이 없었다. 자연스레 틈이 생겼다. 방도 따로 쓰게 됐다. 트윙클을 내보냈다.

고독, 그리고 만남

친구가 없던 닐슨은 게이클럽에 가서 욕구 풀었다. 바깥 세계와의 단 하나의 교류였다.

1978년 12월 크리스마스 연휴 엿새를 내내 혼자 지냈다. 나 홀로라는 외로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고독 이겨낼 재간 없었다.

12월 30일 단골 게이 바로 갔다. 꿈속에서 내내 그려왔던 이상형 바로 그런 소년을 만났다. 함께 집으로 왔다. 오래 만에 황홀한 밤 보냈다.

12월 31일 새벽 잠이 깼다. 평화롭게 자는 소년 얼굴을 보자 불안이 엄습했다. 날 밝으면 떠날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고독과 다시 마주쳐야 한다. 두려웠다.

새해 첫날 하루만이라도 곁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선물? 용돈?

죽으면 떠나지 못한다

별별 생각이 교차했다. 산 자는 여하간 떠나간다. 시간문제다. 죽은 자는? 어떻게 가겠는가. 이별이 없다. 그래, 방법은 하나야. 소년의 목을 넥타이로 졸랐다. 첫 살인.

시신을 욕실로 옮겼다. 몸 깨끗이 씻겼다. 머리 감겼다. 수건으로 물기 정성스레 닦아냈다. 밤에는 꼭 껴안고 잤다.

1979년 1월 1일 새해. 죽은 연인에게 새 속옷 입혔다. 새 양말도 신겼다. 새 겉옷도 입혔다. 밤. 애무 한 다음 항문삽입을 시도했다. 시체가 너무 차가워 실패했다.

1월 2일 마루 밑에 시체 숨기려 했다. 사후경직 일어나 실패. 1월 3일 경직 풀렸다. 마루 밑에 넣었다.

​시체와 섹스

1월 10일. 시체 꺼내 목욕시켰다. 침대에 뉘였다. 자위. 시체 위에 사정. 1월 11일. 시체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이를 쳐다보면서 자위. 사정. 마루 밑에 다시 숨겼다.

시간(necrophilia, 屍姦) 즐겼다. 그러기 위해서 동성애 상대방을 죽였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시체 옆에서 시체와 대화했다. 자위하고 사정. 그런 다음 시체를 토막 냈다. 살 발라냈다.

1980년 12월 그 동안 숨겨둔 시체를 모두 꺼냈다. 마당에서 태웠다. 동네아이들이 “야, 따뜻하다. 기름이 끓는다. 냄새가 좋다” 소리쳐댔다.

5년에 걸친 열다섯 번의 살인. 잇달아 성공했다. 발각과 체포 걱정 하지 않게 되었다.

​사회가 버린 사람들이 피해자

1983년 38세. 열여섯번째 살인. 피해자의 살과 뼈로 하수구 막혀 발각. 체포돼 종신형. 연쇄살인범은 1945년 74세로 교도소에서 자연사했다.

피해자들은 마약 또는 알코올에 중독된 노숙자나 탈영병이었다. 무전 여행자도 있었다.

살해방법은 언제나 같았다. “내가 술 살 테니까 같이 한 잔 하지. 우리 집 방 넉넉해. 같이 가세.” 데리고 와서 즐겼다. 잠들면 목 조른다. 욕조에서 목욕하다 잠들었으면 그대로 익사시켰다.

강아지를 사랑했다는데… 태연히 살인. 하기야 히틀러도 개 길렀다. 닐슨은 구차하게 연명하는 사람들의 삶의 짐 덜어준 자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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