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교본①] 인디언 인육만 먹는 돼지농장 킬러 ‘로버트 픽턴’
[아시아엔=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 경찰청 전 수사국장] 원주민이 자주 실종된다. 캐나다 경찰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원주민 여성 약 1200명이 실종됐다.
상당수는 한참 후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여기서 원주민이란 인디언 또는 에스키모다. 경찰 통계만을 보더라도 원주민 여성의 피해가 크다. 원주민이 아닌 여성보다 네배나 많다.
그러나 이 발표에 접한 원주민들과 원주민 인권 전문가들은 반발했다. 이마저 축소 은폐됐다며 당국을 비난했다.
살인도시 머더펙
캐나다 중남부 매니토바주의 州都는 위니펙이다. 곱지 않은 별명을 소유한 도시다. 시민들은 Winnipeg의 peg 앞에 살인=murder를 붙였다. Murderpeg, 머더펙. 살인도시다.
그만큼 납치와 강간과 살해가 많은 곳이다. 이곳은 다른 어느 캐나다 도시보다 인디언이 많이 산다. 희생자 대부분도 인디언.
붉은 강에 인디언 여성을 버리다
2014년 8월 위니펙을 가로지르는 Red River, 붉은 강 한가운데서 시체 한 구가 떠올랐다. 여성. 등에 문신이 있었다. 이를 근거로 신원이 확인되었다. 15세 인디언 여학생 티나 폰테인(Tina Fontaine)이었다.
구타와 강간 흔적 발견. 또 원주민이 희생자냐며 여론이 들끓었다. 와중에 16세 인디언 여학생 리넬 하퍼(Rinelle Harper)가 강에서 또 발견됐다. 강간 후 살해됐다.
외면하는 경찰
원주민 여성 실종과 살해, 경찰의 원주민 무시와 차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사건 덥기에 급급했다. 실종신고 자체를 받아주지 않았다. “며칠 지나면 귀가할 거다. 돌아가서 기다려라.”
겨우 신고가 접수되면 그것으로 끝, 미제사건 서류함에 쌓아놓았다. 수사는 늦장 부렸다.
“백인여성이라면 그렇게 하겠냐?” 경찰과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답답한 건 실종자 가족들. 당국이 외면하니 달리 해볼 것이 없었다. 그저 작은 배를 마련하여 갈고리 달린 막대로 강을 뒤졌다. 뭐라도 증거가 될 만한 단서가 나오길 기대하며 강바닥을 훑었다.
형사의 정의
밴쿠버 중심가 이스트사이드에선 1995년 12월부터 많은 여성들이 실종되기 시작했다.
1998년 4월 마약중독 여인 카스토가 거리에서 홀연 사라졌다. 해가 바뀌어 겨우 넉달 지났다. 그런데도 벌써 열일곱번째였다.
경찰 실종자반 형사 스테라크소는 “우리 경찰이 너무 사건을 방치한다. 원주민들에게 너무 한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라며 탐문수사에 나섰다.
스테라크소 형사의 열정에 감복한 길거리 동료 여성들은 간직하고 있던 카스토의 일기장이 노출되면 자기도 살해될 위험을 무릅쓰고 건넸다.
카스토의 일기는 하루하루가 공포의 기록이었다.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졌다. ‘또 사라졌다.’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 ‘그 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가.’ ‘나를 스토킹하고 있는가.’
경찰간부의 무시
아피르카스 실종반 반장에게 일기장을 제출했다. 바로 수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반장은 달랐다. 그런 떠돌이들은 때가 되면 다시 나타난다. 괜히 쓸데없는 짓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얼마 후 제보가 들어왔다. 교외 돼지농장에서 갈고리에 걸린 사람 몸통을 봤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밴쿠버 시외였다. 밴쿠버경찰 관할구역이 아니었다. 그쪽 경찰서와 합동수사를 건의했다. 묵살됐다. 몇 달이 훌쩍 지나갔다. 끈질기게 반장을 설득했다. 돼지농장을 급습했다.
인디언 여성을 토막 낸 전기톱과 이를 통에 집어넣는 고기저미는 기계가 있었다. 냉동고의 고기 속에서는 실종여성 33명의 DNA가 나왔다.
농장주 로버트 픽턴(Robert Pickton)을 살인범으로 체포했다. “50명 죽이기가 목표였다”고 진술했다.
뿌리 없으면 위태로운 삶
객지에서 떠도는 여인들은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간다. 불안과 상실감 잊기 위한 수단은 무엇인가. 마약이다.
고향과 부모형제와 친구를 잊지 못하고 산다. 그러면서도 돌아갈 수 없는 그들. 완벽한 범죄피해자(the perfect victim)다.
설혹 실종되더라도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