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훔침①] “훔치기보다 동냥이 안전하다. 동냥보다 훔치기가 기분 좋다”

[아시아엔=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 전 경찰청 수사국장] 포크와 나이프. 보통 식당에서는 스테인리스 제품 제공했다. 둔탁했다. 고급식당에서야 은(silver)도 내놨다. 감촉 좋다.

많이도 슬쩍 했을 터. 그렇다고 고발했을까? 빵 한 조각 훔쳐 19년 감옥생활. 출소해 첫 발품이 성당의 은 식기 절도였던 <레미제라블> 주인공 장발장.

끌려온 장발장을 보자 신부는 순사에게 “내가 줬다” 했다. 이 세상에 그렇게 변호해주려 누가 나설까? 없다. 기내식용 플라스틱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

그 투명한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와 그가 대면한 건 40년 전이었다. 식사 마치고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 후 어디 가나 챙겨왔다.

포만해졌나? 산더미처럼 쌓인 수집품을 일거에 버렸다. 그즈음 손은 냅킨 한 움큼으로 갔다. 간간히 재떨이, 티백 종지도 노획품 리스트에 올렸다. 집사람의 간절한 충고로 손 털었다. 흔적 없앴다.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 왈, “훔치기보다 동냥이 안전하다. 동냥보다 훔치기가 기분 좋다.”

사회주의 하에서의 인간의 혼에서 한 말이다. 사회주의=도둑? 혁명 나면 다 뺐고 죽였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VIP Room 몇 번 와서 찍어둔 표적 ‘책’을 서가에서 가져온다. 가방을 탁자에 올려놓는다. 서비스 한 커피와 케이크를 한적함 보이려는 듯 음미한다.

힐금힐금 곁눈질, 들키지 않으려는 심보다. 은밀하면서도 쭈빗쭈빗 망설이는 모양에서 은연중 표출된다. 온몸에 전율이 쭈르르 흐른다. 마침내 수납, 성공! 힘 빠진다.

머뭇거리면 실패다. 시선들이 내 쪽이 아니다! 라고 파악될 때. 느긋하게 처리한다. 그리고 커피 한 모금 입 안에 삼킨다.

왕양명王陽明이 말했다. “산 속 도둑 무찌르기는 쉽다. 마음 속 도둑 무찌르기는 어렵다.”

유혹

견물見物. “아, 저기, 저거.” 기회가 있다고 훔치는 게 아니다. 생심生心. 꼬시는 마음에 져야 한다.

이덕무李德懋,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看書痴)였다. 책 도둑(biblioklept) 아니었다. 책값이 쌀
값에 우선했다. 내내 처자 고생 시켰다.

어느 날 눈여겨둔 책이 가느다랗고 투명한 끈에 이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아, 이제껏 눈감아준 거로구나! 10년의 은밀한 충동과 희열, 뚝 끊었다. 망신보다 위신 택했다.

하루에도 수십명이단두대에서 목 잘려나가던 시절 프랑스 도둑들은 파리에서 밀가루 훔쳤다. 바닷가에서 생선과 교환, 영국에 밀수해서 대금은 금화(gold coin)로 받아왔다.

당시 금 가격은 영국이 1천원에 프랑스는 1만원. 여기저기 시퍼런 칼날에 목 날라 갔어도 한번에 한해 치 벌었다. 외면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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