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부자와 다른 점은?

청교도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그리고 막스 베버

[아시아엔=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 전 경찰청 수사국장] 도둑은 ‘물건 훔침’을 일컫는다. 살인은? 생명 훔침이다. 마찬가지로 사기는 마음 훔침, 간첩은 비밀 훔침이다. 사랑은? 거역할 수 없는 유혹으로 ‘훔침의 일종’이다.

세상에, 훔침 아닌 게 없네. 그런데 왜 죄악시하며 범죄라 하는가. 사유재산제도 때문이다. 애초에 공동소유였거늘 어떻게 개인소유로 됐는가.

땅을 보자. 처음엔 마을 공동소유였다. 국가가 성립한 다음에는 나라 안 모든 토지가 국가소유 즉 국유지였다. 그러다 점차 권력자 곧 부족장이나 왕이 심복에게 상으로 내렸다. “너에게 먹고 살만한 땅을 주노라.” “제후로 봉하노라.” 모반하면 몰수한다. 가족 다 죽인다.

그렇게 사유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개간지는 나라 몰래 내 땅 삼고 지역의 토호土豪 영주께서 독식하시기요? 소인도 좀 먹게 해주십시오. 끼어들었다. 왕 몰래, 주민 알게 훔쳐서 사유재산을 확대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정당한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정당한 소유라는 게 있는가. 보다 적게 소유하는 자는 보다 적게 지배당한다. 하이네 말과는 다르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많은 것을 소유한 자는 더욱 많은 것을 손에 넣는다. 조금밖에 소유하지 않은 자는 그 조금조차 뺏긴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소유가 많아지면 권력도 손에 넣는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논어(論語)에서 “군자는 대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쌀로 세금 내던 시대엔 농지사유가 확산되지 않다가 화폐로 세금 내는 시대가 되면서 쌀 팔아 돈 받고, 돈으로 땅 샀다. 소유가 제도화했다. 불평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노동자가 출근할 때 영혼을 출근부에 맡기고, 퇴근할 때 거기서 찾아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영혼도 함께 공장에 들어가서 퇴근할 때는 거기 놔두고 나와야 한다.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위기 닥친다. 실직하여 거리로 내몰린다.

가족 대동하고 부랑浮浪 한다. 노숙자(homeless)가 된다. 살던 고장에서도, 옮겨간 동네에서도 추방된다. 떠돌다 노상에서 죽는다.

배고픔 면하기 위한 행동 바로 훔침이다. 러시아 발레리나 바츨라프 니진스키는 그런 서글픔을 알았나?

노동자가 부자와 다른 점은 돈 갖지 않았다는 점이라 했다. 불평등과, 불평등의 기원은 아주 간명하다. 그렇기에 쫓겨나면 훔칠 수밖에 없다. 호구지책이 없어서다. (자본이 동여맨) 쇠사슬 외에 잃을 것 없다고 카를 마르크스가 선언했다. 혁명할까!

One comment

  1. 새살~네살때
    옆집 6촌 당숙잡에서
    명절(설날)전날 양말을 훔쳤습니다.
    들키지 않았지요. 위에 바로형이 자상하게
    양말 훔치지 않았느냐고해서 형에게
    슬그머니 내 줬더니
    옆집에 가져다주었습니다.
    말을 못했던 것으로 생각되나
    기억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았습니다.
    김중겸이사장님!
    귀한글 잘 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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