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믿음으로 강한 용기 주신 백세 어머님 가슴에 묻고
[아시아엔=전상중 국제펜클럽 회원, 예비역 해군제독] “인생이란 백마가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삽시간에 지나간다”는 옛말이 있다. 젊어서는 인생이 꽤 길게 느껴지지만 나이 들면 화살처럼 달리는 백마를 문틈으로 얼핏 본 것처럼, 인생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엊그제 일흔 두 살의 ‘움베르토 에코’가 된 지금 더욱 실감하기도 하지만, 울고 웃던 추억들 모두 다 이 바다와 함께였기에 아쉬움보다는 그리움과 설렘으로 남아 있다.
특히 지난 화요일(3.3) 소말리아(아덴만해역 및 인도양)파병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DDH-Ⅱ, 함장 이상근대령)과의 만남은 비록 신종코로나여파로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어떠한 도전과 위협에도 맞서 싸워온 그들의 자부심과 저력에 격려와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얼마 전 순국선열을 기리는 3.1절이 지났다. 온 나라가 신형코로나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우울한 비관론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고, 근거 없는 낙관론은 세상을 큰 혼란에 빠뜨린다는 생각을 한다.
6.25전쟁 시 지평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프랑스의 몽클라르 장군(중장)이 참전을 위해 만삭의 아내를 뒤에 두고 중령 계급장을 달고 왔듯이, 환갑을 눈앞에 둔 의사들이 소맷자락을 걷어붙이고 대구로 달려간다.
애국심은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하는 희생정신이 아닐까? 그 어떤 위기와 난관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견디어 낼 수 있다.
사투를 벌이고 계시는 의료진과 공무원, 그리고 일반시민들이 계셔서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하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4일 ‘청려장’까지 받으신 어머님(김순란 마르타)을 고령 선산에 안장하고 돌아왔다. 주변 분들의 조의에 감사드린다. 오늘은 ‘경칩’이라 추위 속에서 봄꽃이 싹트듯 환란을 잠재울 희망의 싹이 올라오고 있다.
대구를 돕기 위한 독지가들 성금과 성품이 줄을 잇고, 의사와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들까지 달려가니 말이다.
그리고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건물주와 점포주들, 천주교와 불교 등 종교계도 전례 없는 큰 결단을 내리지 않았나.
우리 국군도 방역확산 방지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물론 해군의 경우 함정이라는 좁은 공간 내에서의 힘든 상황도 이겨나가고 있다.
아무쪼록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비록 바이러스 확산에 휘둘렸지만, 치료와 퇴치에서 실추된 명예를 되찾아 나가자. 또한 감염병사태 장기화로 인한 개인 영혼의 황폐화도 극복해 나가자.
우리 국민들은 위기극복에 능한 강인한 DNA를 내재하고 있지 않은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은 성공의 정의를, “당신이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당신을 사랑해주면 그게 성공”이라고 했다.
어머니께 ‘백수’와 ‘청려장’을 축하해 드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안장 후 삼우까지 지냈다.
살아 생전에 몸져 누우시고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셨지만, 그 여위신 모습으로도 자식들 사랑으로 충만하셨으니 이게 성공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시련은 강한 자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지난 세월 하얀 목련꽃 같은 어머니의 사랑과 믿음 속에,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강한 용기도 얻었다.
알제리 출신의 문인 카뮈는 재앙에 맞서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했다.
역풍에 가장 높이 나는 연처럼, 품격 있게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구처럼, 오직 과학과 팩트에만 기반해 침묵과 순응의 시간을 줄여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