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대한민국 해사 제73기 베트남 생도 응웬 푸 소위

해군사관학교 베트남 수탁생도 푸(오른쪽)와 전상중 예비역 제독. 2019년 3월 5일 졸업식 겸 임관식장에서

[아시아엔=전상중 예비역 해군제독,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국제PEN 이사] 2016년 초 당시 김판규 해군사관학교 교장 요청으로 필자는 우리 해사로 유학 온 베트남 수탁생도(대한민국 해사 유학) 응웬 반 푸(Nguyen Van Phu)생도의 후원인으로서 인연을 맺었다.

최근 베트남이 놀랄 만한 속도로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엊그제 “베트남이 2020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2대 수출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또한 베트남 U-23 축구팀을 아시아대회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은 현지에서 ‘국민오빠’로 불린다.

해사는 수탁생도들이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안정적으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후원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탁생도 개개인에게는 담당훈육관, 지도교수, 생활지도생도와 더불어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후원인’이 지정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고국을 떠나 멀리 떠나온 ‘수탁생도들’이 한국 음식과 문화·언어에 익숙하도록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보살펴 왔다. 한국의 모든 것이 낯선 수탁생도에게 축제나 주말에 이곳저곳 여행하며 한국문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Youth) 이란 시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해사 명예교수로서, 해사성당에서 신앙인으로, 해사 수탁생도후원인으로 사관생도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멘토이자 후원인으로 필자가 외국에서 수학할 때 느꼈던 외롭고도 쓸쓸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주기 위해 늘 가까이서 도와주려 했다.

특히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이 조선의 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경세철학서인 <목민심서> 한문본을 애독하였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

필자가 그들에게 경륜과 경험에서 나온 양식을 주었다면, 그들은 나에게 무엇보다 도전과 열정의 소중한 아이콘을 주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아내와 더불어 후원하는 베트남 사관생도들과 ‘거제도 힐링투어’를 다녀온 것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해금강, 신선대, 바람의 언덕, 몽돌해변, 구조라해수욕장 및 윤봉문 복자성지까지 왕복 7시간을 운전했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이제 해사 73기 푸 생도는 떠났다. 이들과 4년을 함께하며 보낸 기억들이 오래 오래 남을 것 같다. 다만 졸업반인 푸 생도를 떠나보내기 아쉬웠어도, 이제 2학년이 된 쭝 생도의 후원인도 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필자는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우물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허리띠 졸라 매고 젊음을 나라와 바다에 바쳤다. 그리고 해군사관학교 베트남 수탁생도 후원을 하면서 느즈막의 보람된 삶도 찾았다.

베트남,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페루, 캄보디아, 터키, 태국,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11개국 19명의 수탁생도 후원인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칠순을 넘긴 나이이지만, 수탁생도의 후원인으로서 연륜이 부채가 아닌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내 자신에게 겸손함과 열린 마음 그리고 변화에 대한 노력과 유연함을 채찍질해 나가려 한다.

대한민국 해사 생도와 유학 온 수탁생도들에게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는 김종삼 교장과 김판규·부석종 전직 교장의 노고와 미래에 대한 안목이 새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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