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을 일관하는 신의’ 보여준 이철희·표창원 의원께 박수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고금(古今)을 일관하는 신의(信義)는 어떤 것일까? 신의는 ‘믿음과 의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큰일을 하는 사람은 경륜(經綸)이 우주에 통하고, 신의는 고금을 일관해야 한다. 경륜이란 발원(發願)이고 계획이다.
따라서 발원과 계획이 커야만 성공도 큰 것이다. 그리고 신의란 ‘신념과 의리’이니, 그 발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정성과 노력을 쉬지 않아야 큰일을 성취할 수 있다.
2006년 상영된 영화 <에이트 빌로우>의 내용이 가슴을 울린 적이 있다. 영화는 1959년 남극기지에서 실제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동적인 이야기다.
남극에서 운석탐사를 하던 대원들에게 25년만의 강력한 폭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8마리의 썰매견과 함께 빙판과 눈밭을 탐사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게 된다. 탐사대는 서둘러 피신해야 했다. 탈출하는 헬리콥터에는 사람이 탈 자리도 부족했기 때문에 당연히 썰매견들을 태울 자리는 없었다.
사람도 겨우 빠져나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썰매견들은 당연히 방치되었다. 대원들은 최대한 많은 먹이를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어디 멀리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야 해!” “꼭 다시 돌아와서 너희를 데려갈게.” 철수하던 대원들은 개들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먼저 탈출시킨 후 돌아와서 개들을 데려갈 예정이었지만 더욱 나빠진 기상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극한의 땅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개들을 구하기 위해 대원들은 백방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개들을 구출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해 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원들은 사비를 털어서라도 개들을 구하기 위해 남극으로 가려고 했지만, 폭풍을 뚫고 날아갈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시간이 지나자 대원들은 생각했다. ‘엄청난 추위와 굶주림에 개들은 죽었을 거야. 거기에 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뿐이야’
하지만 그중 한 사람은 썰매견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혼자 힘으로 비용을 마련하고, 어렵게 지구 반 바퀴를 돌고 돌아서 175일만에 남극으로 갔다.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썰매견들은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개들은 주변의 다른 짐승들을 사냥해 먹으며, 여전히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서 눈밭을 가르며 달려오는 개들을 끌어안고 이 대원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자연의 거친 도전 앞에 유일한 생존의 힘은 강한 믿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에 이어 표창원 의원도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철희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다”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나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표창원 의원은 “사상 최악 20대 국회, 책임을 지겠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최초의 일념을 지킨 쾌거가 아닌가 한다. 고금을 일관하는 신의를 지켜준 두 의원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