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아메리칸항공 승객 기내 사망에 승무원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팀웍’

아메리칸항공 AA281기

[아시아엔=글 사진 이상기 기자]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칠 때가 있다. 특히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일일 경우는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자신이 직접 당사자이건 혹은 옆에서 벌어진 일이든 마찬가지다.

야구장 펜스를 넘어온 공이 얼굴을 세게 부딪친다든지,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뛰어들어 행인이 부상을 입는다든지 하는 경우 “아, 왜 이런 일이?” 이 한 마디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필자가 최근 겪은 일도 그런 범주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은 독자들은 짐작하시리라.

지난 23일 아메리칸항공 기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전날 밤 10시55분(현지시각) 미국 달라스공항을 출발한 AA281 항공편이 10시간 가량 비행하며 인천공항 도착 4시간쯤 남긴 밤 11시께(한국시각) 기내방송이 들렸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으니 의사나 간호사가 계시면 항공기 앞쪽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사고가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AA281기 기내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20분쯤 지났을까. 환자가 들것에 실려 항공기 맨 뒷좌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39열 승무원용 비상좌석에 눕혀진 환자의 신음소리는 기자의 35E 일반석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의사·간호사 승객과 기장 등 승무원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인공호흡과 마사지를 하며 환자 구명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숨 쉬어 보세요!” “눈 떠보세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잦아들고, 가슴 마사지가 빨라지더니 이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환자가 숨을 거둔 거였다.

승객 가운데 환자 구명에 나섰던 의사·간호사와 승무원들은 잠시 기도를 한 후 정성스레 시신을 천으로 감쌌다. 기내방송이 나온 후 1시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날 숨진 승객은 미국 국적의 78세 한국여성으로 남편과 한국 방문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2시간쯤 후 항공기는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기내를 나오는데 여승무원의 흐느끼는 모습이 들어왔다.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냥 죄송하기만 해요.” 한국계 미국인 승무원 서니 애브너라고 했다. 수하물을 찾는 도중 환자 곁에 있던 이가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미국인 간호사라고 했다. “수고하셨다”고 했더니 “아녜요. 저보다 아메리칸항공 승무원들이 너무 애쓰셨어요. 비록 목숨을 살리진 못했지만, 그들 팀웍은 저도 놀랐어요.”

달라스공항 아메리카항공 게시물

기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10시간을 날아 미국 달라스 공항에 도착해 다시 인천행 항공기로 옮겨타기 전 4시간여 빈 시간을 이용해 달라스공항 터미널을 돌아봤다. 그때 눈에 띄는 패널이 몇 개 있었다. 바로 아메리칸항공사 OB들의 사진 수백장을 담은 것들이었다.

달라스공항 벽에 붙은 아메리칸항공 감사의 글들

미국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 근무 시절 사진들이 주류를 이뤘다.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숭고한 군인정신이 엿보였다. 이날 아메리칸항공사 달라스공항발~인천공항착 AA281 기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침착한 대응은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었던 셈이다.

달라스공항 아메리카항공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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