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만화로 읽는 ‘나의 인생, 국민에게 이해찬’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이익과 편익만 쫓는 세태에서 원칙을 생명처럼 여기는 정치인. 겉보기 깐깐한 이미지 속에 훈훈한 정과 순박함을 갖춘 정치인. 부끄럼 많이 타고 꼭 필요한 선의의 거짓말도 못하는 정치인.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진실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굳게 믿는 정치인.”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이해관계와 호불호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승자독식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여당 대표를 비롯해 7선 국회의원, 국무총리, 교육부장관에 서울시부시장을 지낸 이해찬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자 역시 그와 관련해 다층적인 감정과 평가를 갖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1988년 한겨레신문 기자 초년병 시절이었다. 그해 관악구에서 국회의원에 선출된 그는 당선 인사차 창간 직전의 한겨레 편집국을 방문해 당시 정치부에서 이틀간의 수습을 하던 기자와 처음 마주쳤다.
그후 꼭 10년 뒤인 1998년 3월 편집부에서 일하던 기자는 그가 김대중 정부 첫 교육부 장관에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교육 좀 제대로 바뀔 것 같다”며 기립박수를 쳤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넉달 뒤 사회부로 옮겨 교육부 출입을 하게 됐다. 당시 이해찬 장관의 교육부는 교사 정년단축 등 교육개혁으로 뉴스의 한 가운데 있었다.
그리고 22년이 흐른 2020년 9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그의 삶과 정치역정을 다룬 책이다.
<나의 인생, 국민에게 이해찬>은 황선우 기획, 김은·황선우 구성, 김형태 그림으로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란 타이틀 아래 산학연종합센터가 발행을 맡았다. <나의 인생, 국민에게 이해찬>은 김두관 21대 국회의원(전 경남도지사)을 발간위원장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형구 한국중부발전 사장,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개호 국회의원, 이기우 경동대 석좌교수, 이학영 국회의원, 조정식 국회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발간위원(가나다순)으로 참여했다. 또 법무부 차관을 지낸 김상희 변호사가 법률자문을 맡았다.
모두 193쪽 분량의 책은 1부 “‘송곳과 면도날’, 원칙 속에 감춰진 따뜻함”2부 “미래를 향한 전진” 3부 “이해찬을 말한다”로 구성됐다.
이 책은 1988년 4월 26일 36살 무명의 정치신인 이해찬이 당대의 중량급 의원 김종인(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수한(전 국회의장)을 제치고 당선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1부는 △1장 아버지 이인용 면장의 잊지 못할 당부 △2장 인생 다짐 :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3장 정책방형은 가치 중심! 그러나 방법은 실행 중심! △4장 공직자가 지녀야 할 몇가지 덕목 △5장 진실된 마음, 성실한 자세, 절실한 심정으로 △6장 아주 오래된 꿈 : 정책으로 승부하는 민주정당 △7장 이제는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부는 △1장 세계 일류 국가, 위대한 대한민국 △2장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립 : 평화가 경쟁력이다 △3장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로 국가경쟁력 강화 △4장 양극화 해소와 사회 대통합 △5장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 등으로 이뤄졌다.
마지막 3부는 부인 김정옥씨를 비롯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명식 전 민청련 간부, 도명정 전 서울강서구청장,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바라본 이해찬이 그려져 있다.
2부 끝 대목에 정치인 이해찬을 잘 보여주는 두 문장이 나온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법률과 질서를 존중하도록 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제고시킨다.”
“이를 통해 확보되는 사회적 신뢰야말로 다른 과제들 즉 한반도 평화와 경제적 번영, 사회대통합의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다.”“30년 외길 정치인생 이해찬! 그는 이런 신념과 의지로 광야를 걸어왔고 앞으로도 마이웨이처럼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3부에선 부인 김정옥씨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말하는 이해찬의 삶과 소신을 담고 있다. 그들은 이해찬에 대해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덕목, ‘정직’과 ‘성실’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하는 사람은 필요하면 자기자랑도 낯 붉히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기자랑을 정말 못하고, 싫어하는 것도 많아 허풍, 허장성세, 실속 없는 미사여구, 거짓말을 정말 싫어해요. 남편을 본 첫 인상은 ‘참 열심인 사람이구나’였고, 또 하나 맘에 들었던 것은 요즘은 설명충이라며 흉보기도 한다지만 뭐든지 조곤조곤 설명을 잘 해준다는 것이었어요.”(부인 김정옥씨)
“2002년 경선때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낙마시키려는 반칙행위가 민주당을 파산상태로 몰아넣었을 때는 선거에 지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며 노무현 선대위의 핵심요직을 맡아 승리를 일구어 냈을 만큼 민주주의의 원칙과 정치인의 도리를 철저히 지킨 사람이다.”(유시민 전 장관)
“1987년 하루는 명동성당 집회에 가던 중 신호가 바뀔 무렵 출발했다가 교통순경에게 걸린 적이 있었다. 우리는 수배상태나 마찬가지여서 당시 일상화됐던 5천원 정도 돈을 경찰에 주고 빨리 벗어나길 바랬는데, 결국 경찰과 실랑이에서 위반이 아님을 증명하고 승리(?)한 선배에게 내가 ‘그러다 신원조회라도 하면 큰일 날 수도 있는데 왜 그랬냐’ 그랬더니 ‘돈을 주는 건 옳지 않은 일인데 그럴 수 없지’하더라. 그런 선배였기에 예전 87년 6월항쟁때 국민운동본부 결성과정에서 종교계 등 여러 부문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여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승리를 쟁취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이명식 민청련 전 간부, 이해찬 운동권 후배)
“그는 늘 혼자서만 고민하거나 자신이 먼저 결정하기보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사안을 결정하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지니고 있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장벽이 있더라도 헤쳐나가는 추진력이 있는 분이다. 때문에 문제를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감추고 피해가려는 사람들은 매사 정확한 그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밖에···. 하지만 공직자 이해찬으로 그를 바라보면 청렴과 공정, 정직과 능력,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성품을 지닌 면모까지 쉽사리 발견하게 될 것이다.”(이해찬 서울시부시장 시절 기획관리실장으로 발탁된 도명정씨)
“공사구분이 뚜렷해 만찬행사라도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 참석했을 경우엔 개인카드로 결제하여 주변을 당황케 했을 만큼 돈문제에 대해 철저하다. 또 주위에 평판에 연연하지 않고 실사구시로 국익을 위해 원칙과 정도를 걸어왔기에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이해찬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조영택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