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달려라 죽음’ 박노해 “말을 많이 하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다”

그림자가 나보다 먼저 달려간다

책을 열심히 보느라 독서할 시간이 없다

말을 많이 하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다

머리를 많이 쓰느라 생각할 틈이 없다

인터넷과 트위터 하느라 소통할 시간이 없다

 

갈수록 세상이 빨라진다

지구의 회전은 그대로인데

갈수록 사람들이 바빠진다

꽃이 피는 걸음은 그대로인데

 

지금 나는

달리고 싶을 때 달리는 게 아니다

남들이 달리니까 달려가고 있다

 

빨리 달려 행복해서가 아니라

오직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빨리 달린다

 

빨리 달려 얻을 것은 삶이 아닌 죽음인데

죽음의 냄새가 나는 ‘살아남기’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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