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새벽별’ 박노해 “새벽 붉은 햇덩이에 손 건네주고 사라지느니”

새벽별 <다음 블로그>

새벽 찬물로 얼굴을 씻고 나니
창살 너머 겨울나무 가지 사이에
이마를 탁 치며 웃는 환한 별 하나

오 새벽별이네

어둔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온다고
가장 먼저 떠올라
새벽별

아니네

뭇 별들이 지쳐 돌아간 뒤에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별
끝까지 돌아가지 않는 별이
새벽별이네

새벽별은
가장 먼저 뜨는 찬란한 별이 아니네
가장 나중까지 어둠 속에 남아 있는
바보 같은 바보 같은 별
그래서 진정으로 앞서 가는
희망의 별이라네

지금 모든 별들이 하나 둘
흩어지고 사라지고 돌아가는 때
우리 희망의 새벽별은
기다림에 울다 지쳐 잠든 이들이
쉬었다 새벽길 나설 때까지
시대의 밤하늘을 성성하게 지키다
새벽 붉은 햇덩이에 손 건네주고
소리 없이 소리 없이 사라지느니

앞이 캄캄한 언 하늘에
시린 첫마음 빛내며 떨고 있는
바보 같은 바보 같은 사람아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대

오 새벽별이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