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