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꽃내림’ 박노해 “꽃처럼 끈질긴 힘을 보았는가 꽃처럼 강인한 힘을 보았는가”
오늘은 무슨 꽃이 피어나는가
오늘은 무슨 꽃이 떨어지는가
아침이면 가장 먼저
피고지는 꽃들을 문안한다
너에게 꽃은 장식이지만
나에게 꽃은 성전이다
꽃보다 밥이라고 말하지 마라
문제는 먹고사는 거라고 소리치지 마라
밥도 삶도 꽃을 타고 왔다
만약 지상에 꽃피는 속씨식물이 없다면
네가 아는 세계는 존재할 수도 없으니
나는 꽃을 타고 온 아이
나는 저 아득한 별에서
꽃내림으로 여기 왔다
꽃처럼 끈질긴 힘을 보았는가
꽃처럼 강인한 힘을 보았는가
나에겐 밥심보다 꽃심이다
나 쓰러지고 또 쓰러지면서도
작은 꽃들 앞에 무릎 꿇는 힘으로
끈질기게 다시 일어서고
끈질기게 다시 시작하고
꽃피는 노동으로
꽃피는 싸움으로
꽃을 타고, 꽃을 타고,
꽃내림으로
나 여기까지 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