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2년] 때론 함성으로 때론 나직하게 “역사현장, 함께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2016년 10월 29일~2017년 4월 29일 23차에 걸쳐 연인원 16,853,2000명이 참여해 민주주의를 되찾은 촛불혁명. 박노해 시인은 2016년 11월 26일 첫눈 속 5차 촛불집회의 날 ‘이게 나라다’ 시를 썼습니다.

눈에 띄지도 않게 작은 나는

백만 촛볼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백만 촛불의 함성과 한몸이 된

크나큰 빛이 되어 나 여기 서있다

그후 2년, 비정규직 24살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갔습니다. 밥 먹을 시간이 모자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떠난 김씨는 또다시 시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켜게 합니다. 눈을 바깥으로 잠시 돌려보면,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의 시민저항을 봅니다. “위기에 처한 세계의 민주주의에 영감과 용기를 주는 촛불혁명”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평화혁명을 이뤄낸 한국의 촛불혁명은 세계시민들에게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지 웅변해주었습니다.

박노해는 같은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라를 구출하자

정의를 지켜내자

공정을 쟁취하자

희망을 살려내자

<아시아엔>은 ‘촛불혁명 2년’을 맞아 당시 현장을 가장 정확하게 되살려낸 <촛불혁명-2016 겨울 그리고 2017 봄, 빛으로 쓴 역사>(저자 김예슬·사진 김재현 외·감수 박노해, 느린걸음)를 저자 등과 협의해 연재합니다.<편집자>

[아시아엔=글 김예슬 나눔문화 사무처장, 감수 박노해 시인] 시민들은 촛불혁명 현장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꿈을 맘껏 털어놨다, 다음은 생생한 목소리 모음이다.<편집자>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유모차를 끌고 참석한 30대 부부, 광화문 촛불집회, 2016.11.5

촛불로 켜져 있는 광화문역입니다. 이번 역에서 내리시는 분들은 몸조심하시고 대한민국을 위해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 5호선 기관사의 안내 방송. 2016.11.12

하루 벌어 살아가는 노동자입니다. 일당 포기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 딸이 우리 아버지 자랑스럽다고 응원해줍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비참함을 안긴 자들, 다 구속되어야 합니다. 50대 남성, 광화문 촛불집회, 2016.11.19

애비는 유신, 순실을 맹신, 정치는 배신, 경제는 등신, 미국엔 굽신, 외교는 망신, 언론은 간신, 국민은 실신. 손수 만든 등자보를 붙이고 나온 시민, 광화문 촛불집회, 2016.11.12

공무원들에게 속고! 구청장에게 속고! 시장한테 속고! 국회의원한테 속고! 장관한테 속고! 대통령한테 속았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는 거짓말 안 하는 사람, 우리 어려운 사람을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뽑으십시오. 부산 가덕도에서 온 일명 ‘속고 아지매’ 김경덕 님, 광화문 촛불집회, 2016.11.12

3.1운동에 참여했던 유관순, 몇 살인지 아십니까? 광주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던 사람들, 누군지 아십니까?

고등학생입니다. 청소년은 결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닙니다. 참정권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입니다. 18세, 19세 두 고등학생, 진주 촛불집회, 2017.3.4

국민이 대통령이고, 대통령은 심부름꾼에 불과합니다. 택시노동자, 창원 촛불집회, 2017.3.11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서 평화집회를 하라고 외치고 있는데, 노동자가 사는 게 평화입니다! 농민이 죽지 않는 게 평화입니다! 박근혜가 구속되는 게 평화입니다! 20대 남성, 광화문 촛불집회 후 내자동 사거리, 2016.11.12

어떻게 지켜온 민주주의고 어떻게 이룩한 나라인데, 내 나이 60이 넘었는데 울분이 터져서 나왔어요.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왔어요. 60대 남성, 부산 촛불집회, 2016.11.19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특검 사무실 청소노동자 임순애 님. 2017년 1월 25일 특검에 소환된 최순실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 여긴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소리를 지르자 최순실을 향해 외친 말. 이후 임순애 님은 “이렇게 많은 시민들 앞에서 나도 한 마디 할 수 있구나, 이것이 민주주의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순간 촛불을 들고 있는 우리 국민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포천에서 온 노동자, 광화문 촛불집회, 2016.11.19

플라톤이 말했습니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무관심한 가장 큰 대가는 자신보다 저급한 이의 지배를 받는 거라고요. 우리는 결코 박근혜보다 저급하지 않습니다. 고등학생, 광화문 촛불집회, 2016.10.29

나는 해방 때 태어난 ‘해방둥이’입니다. 1960년 중학교 다닐 때 자유당 부정선거에 맞서 데모를 했는데 여건이 참 어려웠습니다. 요즘은 축제 분위기 속에 할 말을 할 수 있으니 축하할 일이지요. 옳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합니다. 72세 남성, 울산 촛불집회, 2016.12.3

세상은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쓸고 닦지 않으면요. 이 세상의 부패한 세력도 청소해야 합니다. 한 번으로 깨끗해지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청소해야죠! 청소노동자, 광화문 촛불집회, 2017.1.21

불의에 항거하고 분노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 우리가 대한민국이다. 블로거 ‘맛찾사의 [사진] ***’, 광화문 촛불집회, 2017.3.4

아이 손 잡고, 부부가, 노인이, 정의로운 마음으로 나오는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쓰레기 줍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백만이 모여 사고 하나 없는 촛불집회는 노벨상 감입니다. 직접 만든 쓰레기통을 메고 매주 촛불집회에 참석해 거리를 청소한 60대 남성, 서울시청 앞, 2017.1.14

지도자가 앞장서서 원칙을 무시하면 안 된데이. 나라가 이래서 되겠나. 촌에 사는 이보다 못한 기 올라가 있으면 우야노. 언론도 문제라.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바른 말을 해야 한데이. 경북 의성의 75세 농민, 대구 촛불집회, 2016.12.3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이 싫습니다. 제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박근혜 최순실과 같은 모습을 한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 사장, 매일매일 마주하는 이들이었습니다. 내 안의 박근혜를 발견하고 내 옆의 최순실에 분노했으면 좋겠습니다. 19세 여성, 진주 촛불집회, 2016.11.26

과거 청산을 못해서 아쉬웠던 우리 역사책에 더는 아쉬움을 남기지 맙시다. 결국은 끈질긴 국민이 이길 것이고, 미래의 우리 역사책에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을 들었던 민중의 승리가 기록될 것입니다. 교사, 울산 촛불집회, 2016.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