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머니처럼’ 박노해 “당신의 젖과 눈물을 온전히 자식 위해 바쳐주셨다”

박노해시인 어머니 김옥순 여사(1926~2016)

왜 사느냐고물으시면

죽지 못해 산다

나를 위해 산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누구를 위한 기도냐고 물으시면

자신이 잘되기 위해

무얼 얻기 위해 기도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무얼 위해 그리 애쓰느냐 물으시면

내 한 몸 편하고 빛나기 위해

누가 알아주길 바래 땀 흘린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한번도 삶을 회의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원망하지 않으며

몸져 아픈 날조차 이마 짚으며

당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한평생 어머니는 위해서, 위해서만

당신의 노동 당신의 기도

당신의 젖과 눈물을 온전히

이 못난 자식 위해 바쳐주셨다

 

그 아들인 나 역시 위해서, 위해서만

살고 죽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삶과 정성을 다 바쳐주신 내겐

그 사랑 내 몸에 가두어둘 권리는 없었다

 

끝내 죽음 앞에 세워져

죽음만은 피해가고 싶던 그 순간에도

나도 어머니처럼 성실하고 치열하게

온몸 바쳐 투쟁할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