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13년 전 식목일 ‘낙산사 화재’ 때 오현스님의 그 말씀
[아시아엔=이상기 발행인] 오늘은 낙산사 화재가 발생한 지 꼭 13년 되는 날이다. 한국전쟁 때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53년에 다시 지은 낙산사는 2005년 4월 5일 일어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양양군은 재난경보를 발령했지만 산불이 확산되어 방화선이 무너지면서 불과 1시간 만에 낙산사 대부분의 전각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4월 7일 양양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며 당시 화재로 건물 21채가 불타고 보물 479호로 지정되어 있던 낙산사 동종이 소실되면서 보물에서 지정 해제되었다. 산불 이후 동종은 복원되었지만 다시 보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보물 제479호는 결번으로 남아 있다. 낙산사 동종은 2006년 새로 주조되어 이해 10월 13일 충북 진천에서 시험 타종을 거친 후 10월 16일 낙산사에 안치돼 명징한 소리를 내고 있다.
화재 발생 당시 중국에 출장 중이던 기자는 오현 큰스님께 전화를 드렸다. 출발 전날 일어난 화재가 염려돼서였다. 전화기 넘어 스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말아요. 절간에 불 난 것 갖고 웬 호들갑이오? 사람들은 자기 가슴 속에 불 타들어가는 건 못 보고 절 좀 탄다고 그리들 난리요. 걱정 말고 출장 잘 마치고 와요.”
큰 화재를 입은 낙산사는 2년반만에 모두 복원돼 신도들과 관광객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복원을 이끌던 정념주지스님은 “복원된 전각의 기와 한 장, 서까래 한 개, 한 개에는 모두 국민들의 정성이 배어있다”고 했다.
정념스님은 최근 낙산사 주지스님을 다시 맡았다. 양양 낙산사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때 그 오현스님의 말씀을 싣고 오는 듯하다. “절간 불길보다 내 안의 불을 잘 살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