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강경화 장관, 김상일 주멕시코 대사에게 거는 기대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앞 부분 생략) 1905년 한인 1,033명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에네켄 농장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된 한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지난 1962년 국교를 수립하고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멕시코의 무역규모는 2016년 기준 136억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브라질, 칠레, 페루, 콜롬비아와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입니다. 현재는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등 376여개 우리기업이 진출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대사관은 앞으로도 양국 간 우호협력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멕시코에 거주하는 우리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멕시코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권익신장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뒷부분 생략)”

문재인 대통령이 1월 8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상일 주멕시코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멕시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수감중인 양 모(40)씨를 떠올리면서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올초 전임 전비호 대사에 이어 부임한 김상일 대사가 쓴 공관장 인사말이다. 김상일 대사는 부임 직후 산타마르타교도소로 양씨를 찾아 면회했다고 한다. 양씨가 교도소에 갇힌 지 만 2년쯤 지나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양씨의 ‘억울한 옥살이’ 날짜를 계산해 봤다. 자신이 경리일을 도와주던 멕시코시티 소재 W노래방에서 경찰에 연행된 것이 2015년 1월 16일 새벽, 그리고 검찰조사를 며칠 받은 뒤 교도소로 옮겨졌다. 따져보니 2018년 3월말로 만 800일을 넘겼다.

양씨가 감옥에 갇힌 지난 800일 동안 한국과 멕시코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 작년 7월 서울~멕시코시티 간 직항노선이 개설됐다. 김 신임 대사는 이를 두고 “양국은 더욱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고 썼다. 또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에선 한국과 멕시코가 한 조로 편성되어 ‘흥미로운 경기’가 기대된다고도 했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로 ‘양씨’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봤다. 올 들어 아무 것도 없다. 혹시 하여 다른 연관어 즉 ‘멕시코 교도소’ ‘양모씨’ ‘억울한’ 등을 쳐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엔>이 작년 12월 31일자로 쓴 “멕시코·캐나다 ‘억울한 옥살이’, 좀더 적극적으로 보도했더라면”이 마지막이었다.

필자는 이번엔 그의 억울한 나날을 상징하는 ‘800’이란 숫자를 검색해봤다. 책 제목이 나왔다. <800일 인도네시아 체류기>와 <우즈베키스탄 800일>. 코이카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쓴 책인데, 뒤의 책에 붙은 부제가 눈에 띈다. ‘800일간 사마르칸트에서의 월세살이’.

이 책들 역시 저자의 험난한 여정 끝에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양씨의 옥살이 800일에 비할 수 있을까? 양씨는 멕시코 경찰의 범죄조작에 의한 터무니없는 강제연행, 검찰의 무리한 기소 등 더할 나위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교도소 생활을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엔 신임 김상일 대사의 교도소 면회도 한몫했을 것이며, 2016년 10월(벌써 재작년이 됐다!) 멕시코 현지 국정감사 이후 매달 100달러의 영치금을 보내는 심재권·설훈 두 국회의원의 마음도 전해졌을 것이다.

이 봄 가기 전, 아니 늦어도 러시아월드컵 한-멕시코 경기 이전에 양씨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김상일 대사는 부임 후 줄곧 이 말을 해오고 있다. “재외국민 보호 강화와 권익증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이것이 바로 국민중심 외교다.” 그의 말을 한점 의심없이 믿어보고 싶다. 더욱이 외교부 수장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을 거치며 인권외교의 대명사로 불리던 여성이 맡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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