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누가 ‘멕시코 억울한 옥살이’ 양씨의 실명을 앗아갔나?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그제 오전 9시49분과 50분 국제전화가 1분 간격으로 두번 걸려온 것을 놓쳤다. ‘0025570004700’. 이 번호로 전화를 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안내 멘트가 나온다. 그리고 11분 뒤인 10시 11분 같은 번호가 떴다. 받으니 한국여성의 음성이 들린다.
“기자님, 멕시코예요. 너무 일찍 전화드렸지요. 여기 교도소 공중전화라 전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요.”
작년 9월 추석 직전 통화한 후 1년만이다. 양씨는 안부를 물은 뒤 자신의 실명을 싣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가 필자에게 전화한 이유였다.
양씨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실명을 싣지 말아 달라. 아시아엔에서 도와주시는 거 너무 감사한데, 실명이 나가 무척 힘들다. 여기 나가는데 2년이 걸릴 리 더 걸릴지 모르지만 한국 가서 일해야 하는 사람인데 내 이름이 알려져 피해가 크다. 한국 잘 알지 않나?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얘기하는것이 두렵다. 그 상처가 너무 크다. 여기 오기 전 내가 했던 인터넷 사업도 동료가 접었다. 이상한 전화도 너무 많이 온다고 한다. 제발 부탁인데, 실명 밝혀지 말아달라.”
꼭 1년 전 추석을 앞두고 “아빠 묘소에 엄마 혼자 성묘 가시게 돼 정말 죄송하다.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며 울먹이던 양씨. 그녀는 이제 자신의 실명이 밝혀지면서 본인과 가족이 곤욕을 치르고, 그리고 출국 전 하던 사업까지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아시아엔>은 그동안 웹사이트를 통해 보도한 기사 가운데, 양 모씨의 실명 게재가 불가피한 기사-가령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설훈·추혜선 국회의원 및 방은진 영화감독의 기자회견 같은 기사-를 제외하고는 양씨의 실명을 수정했다. 앞으로도 양씨 관련보도에서 실명보도를 안할 예정이다. 아무 죄없이 억울하게 20개월 이상 낯선 땅에서 수감 중인 양씨의 시름 하나라도 덜어주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음력 8월 초하루, 꼭 2주일 뒷면 양씨가 갇혀있는 멕시코 산타마르타교도소 하늘 위에도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다. 추석이 지나면 차디찬 계절이 다가온다. 올 겨울은 그가 한국의 어머니와 지내면 좋겠다. 양씨 어머니는 아직도 딸이 사업차 외국에 머물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이별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