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인도①] 역사와 저력의 커피 르네상스 ‘꿈틀’
[아시아엔=박영순 커피테이스터, CIA 플레이버마스터, 서원대 외래교수] 인도(India)를 수식하는 용어는 참으로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커리(Curry)의 나라’다. 커리는 특정한 향신료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혼합한 마살라(Masala)가 들어간 요리를 총칭하는 용어다. 기후가 무더운 데다가 습도가 높아 음식이 잘 부패하는 바람에 향신료가 발달했는데, 인도 사람들은 고대부터 커리를 즐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뼈 속 깊이 맛을 추구하는 습관이 배인 덕분일까? 인도는 ‘몬순 커피(Monsooned Coffee)’라고 해서 특이한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커피의 역사에서 인도는 ‘아랍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세상 밖으로 꺼내온 주역’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세계 7대 커피 생산국으로 손꼽히는 인도 커피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세계 7대 커피 생산국으로 손꼽히는 인도
인도는 2016년말 기준으로 인구가 13억명을 넘어섰다. 면적은 남한의 33배, 한반도의 15배다. 국토가 북위 8도에서 37도까지 걸쳐 있어 열대 몬순, 온대, 고산 등 기후대가 다양하다. 커피나무는 위도가 24도 이하인 지역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인도의 커피 산지는 주로 남부에 펼쳐져 있다. 그 중에서도 인도양에 접한 지역이 고도가 높아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품종이 생산된다.
2016년 한 해 인도에서 생산된 커피는 31만9980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923만2140톤)의 3.5% 가량을 차지했다.(국제커피기구, 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ICO 집계) 생산규모는 60여 커피생산국 가운데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코트디브와르, 온두라스에 이어 7번째다.
커피가 이처럼 많이 생산되지만, 사실 인도의 대표적 기호음료라고 하면 ‘짜이(Chai)’다. 짜이는 홍차와 우유, 향신료를 섞어 끓인 음료로서 ‘밀크 차(Milk tea)’ 또는 ‘향신료 차(Spiced chai)’라고도 불린다. 짜이는 마치 인도 특유의 신분제도인 카스트(Caste) 제도마저 무색하게 만들겠다는 듯 전 계층이 자유롭게 즐기는 대중음료로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젊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움직임은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문을 연 스타벅스가 매장을 팽창하면서 이끌어낸 세계적 현상의 하나였다. 인도에서는 1996년 8월 ‘카페 커피데이(Caf? Coffee Day)’라는 토종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2016년 매장 수가 2000개에 육박한 카페 커피데이는 2000년대 초반 ‘매장 하루 방문객 100만명 돌파’, ‘매주 4개꼴 매장 오픈’ 등 기록을 만들어가며 인도 차문화를 커피로 바꾸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01~2010년 10년간 인도의 커피시장은 50% 증가했다.
2012년 10월 스타벅스가 인도에 매장을 낸 뒤 커피시장의 팽창속도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커피기구가 집계한 결과, 인도의 커피소비량은 2013년 12만톤을 기록한 이후 매년 평균 4%씩 성장해 2016년에는 13만 5000톤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의 커피소비량이 2016년 12만 9660톤으로 인도와 비슷했다. 인도의 인구수가 한국의 25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 커피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