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인도③] 그늘서 자라는 몬순커피가 ‘주종’
[아시아엔=박영순 커피테이스터, CIA 플레이버마스터, 서원대 외래교수] 인도커피는 대부분 남부지역에서 나온다. 카르나타카(Karnataka), 케랄라(Kerala), 타밀 나두(Tamil Nadu)가 대표적인 커피생산지다. 이들 지역은 수풀이 무성하고 우기가 규칙적이며, 높은 산맥이 지나는 곳이어서 커피가 자라기에 최적인 것으로 손꼽힌다. 인도커피는 95%가 그늘에서 자라는 덕분에 열매가 천천히 성숙돼 자연적인 당(Natural sugars)의 함량이 높아지고, 따라서 향미도 더욱 풍성해진다. 그늘재배 커피(Shade-grown coffee)는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친환경 커피(Eco-friendly coffee)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향미의 측면에서도, 인도커피는 기분 좋은 향신료 느낌과 함께 달고 순해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커피를 정향(Clove), 시나몬(Cinnamon), 카르다몸(Cardamom)과 함께 나란히 재배한다. 이 때문에 인도사람들은 커피가 특별한 향미를 지니게 된다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또 많은 인도커피들이 농약 없이 재배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고 숲을 보호하는데 유익하다.
몬순드 커피(Monsooned coffee)
18세기부터 인도에서 커피가 대량 생산되자, 영국의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들은 이를 유럽에 팔면서 큰돈을 챙겼다. 당시 선박들은 인도 남부에서 수확한 커피를 싣고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항해는 6개월 가량 소요됐다.
1846년 수에즈운하가 생기기 전까지 이런 상황은 적어도 150년 이상 계속됐다. 배에 실려 유럽으로 가던 커피 생두는 몬순 기후의 고온 다습한 해풍의 영향을 받아 배에서 자연스레 숙성됐다. 유럽사람들이 인도커피를 마실 쯤에는 숙성된 향미가 인상적이었다. 유럽인들은 인도커피라고 하면 부드러우면서도 복합미가 넘쳐나는 숙성커피, 즉 몬순커피를 떠올렸다.
그러나 수에즈운하가 개통된 뒤에는 선박으로 싣고 가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짧아지면서 항해 동안 부여되는 숙성의 맛이 사라졌다. 인도커피를 좋아하던 유럽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커피 맛이 달라졌다는 불평이었다. 이에 영국은 인도양에 접한 인도 남부의 말라바(Malabar) 지역에서 수확한 커피를 인위적으로 숙성시켰다. 커피 생두가 오랜 항해에서 얻게 되는 향미를 습한 남서 계절풍, 즉 몬순(Monsoon)에 노출시킴으로써 비슷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 방식을 ‘몬수닝(Monsooning)’이라고 한다. 몬수닝은 계절풍이라는 의미로, 환기가 잘 되는 창고에서 습한 환경에 커피 열매를 노출시키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면 진녹색이던 생두는 황금빛을 띠는 노란색으로 변하고 독특한 향미와 진한 맛을 가지게 된다.
커피에서 나는 짚(Straw) 냄새 역시 인도 몬순커피의 특징이다. 생두를 몬순의 습기에 2~3개월 노출시키면 금빛을 띠면서 크기가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생두는 짚의 단향(Sweet smell of straw)을 얻게 된다. 짚냄새가 고르게 분포된 몬순커피는 품질이 탁월하고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의 커피전문가인 스티브 막타토니아는 “몬수닝 가공법은 커피에 깊은 바디감과 촉감을 부여하고, 미세한 산미와 강한 향신료 향기가 어우러지면서 풍성한 향미를 불러 일으킨다”면서 “달콤하고 맛 좋은 한 잔의 몬순 커피에서 시나몬과 코코넛크림의 느낌을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