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현지르포①] 칸 첫날, 봉준호 ‘옥자’ 홍상수 ‘그 후’ 수상 초미 관심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박찬욱 감독(왼쪽)과 마렌 아데 감독 <사진=전찬일>

[아시아엔=칸/전찬일 <아시아엔> ‘문화비평’ 전문위원, 영화 평론가]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과연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까? 총 19편의 경쟁작 중 2편이 초청된 한국영화의 수상 여부가 큰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제70회 칸영화제가 17일 저녁(현지시각) 12일에 걸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었다.

마티외 아말릭, 마리옹 코티야르, 샤를로트 갱스부르, 루이 가렐 등 개막작 <이스마엘의 유령들>(Les Fant?mes d’Isma?l/Ismael’s Ghosts, 아르노 데플레생)의 주인공들을 비롯해 개막식 사회자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칸을 찾은 모니카 벨루치, 우마 써먼 등 세계 영화계의 숱한 ‘별들’이 칸의 첫날을 빛냈다.

어느 해보다 막강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경쟁작 9인 심사위원단부터가 단연 주목해야 할 별들이다. 스페인영화의 국보이자 유럽영화의 자랑이라 할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을 필두로, 미국의 슈퍼스타 윌 스미스와 제시카 채스테인, 중국의 인기스타 판빙빙, 레바논이 낳은 세계 영화음악계의 거목 가브리엘 야레(<잉글리쉬 페이션트>, <연인>), 이탈리아의 대표적 중견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유스>, <그레이트 뷰티>), 프랑스 인기 여성감독 아녜스 자우이(<타인의 취향>), 거장 알모도바르가 2016에 본 영화 중 가장 좋아한다는 <토니 에드만>의 독일 여성감독 마렌 아데, 그리고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감독으로 자리잡은 한국의 박찬욱이 그들.

(왼쪽부터) 윌 스미스, 아녜스 자우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사진=전찬일>

출신국에서부터 그 어느 회보다 다양하게 구성된 이들 별들은 개막 전 오후 2시 40분부터 40여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개성 가득한 존재감을 뽐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회견을 주도하며 특유의 열려있음과 동시에 심사위원장으로서의 단호함을 과시했다. 2017칸영화제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한 ‘넷플릭스 이슈’에 대해, 주저 없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데서 그 단호함은 극명히 드러났다. 새로운 기술들과 그 기술들이 기여하는 모든 것들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할 영화에 칸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안기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논란의 여지 다분한 발언을 한 것.

넷플릭스는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란돌프가 캘리포니아 스코츠 밸리에 설립”한 “스트리밍 미디어, 온 디맨드 비디오, DVD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네이버 두산백과)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칸이 <옥자>와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즈>(노아 바움백)을 경쟁작으로 선정한 데에 대해 프랑스극장협회가 자국 법상 3년이 지나야 관람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를 초청한 처사에 반대를 천명하고, 그에 칸영화제 측에서 2018년부터는 프랑스 내에서 극장 개봉되는 영화들에 한해 경쟁 섹션에 포함시키겠다는 결정을 발표하자 넷플릭스 측에서 “시대착오적”이라며 반발한 일련의 사건들. 위와 같은 알모도바르의 견해가 칸 경쟁 심사위원단의 최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심사위원장의 비중이 워낙 커서 위 두 영화가 수상에 불리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두 영화가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거나 한다면 다른 8인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기에 하는 말이다. 알모도바르는 비록 영화의 아날로그적 정서를 못내 사랑하는 것만은 분명하나, 정치적 올바름 못지않게 올바르지 못한 것들, 달리 말해 극도로 삐딱하거나 도발적인 덕목들도 중시해온 개방적일대로 개방적 감독 아니던가.

인터뷰에서 그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자기와 다른 입장이라면 설득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던가. 이래저래 초미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옥자>는 개막 3일째인 19일 오전 8시반에 프레스 스크리닝을 겸해 월드 프리미어 되며, 저녁 7시에 공식 상영된다.

한편 <이스마엘스 고스트>는 클레어 드니(<아름다운 직업>, <돌이킬 수 없는>), 올리비에 아사야스(<퍼스널 쇼퍼>) 등과 더불어 ‘프랑스 영화의 오늘’을 대표하는 감독과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을 배우들의 명성에 값하는 문제적 수작이다. 세계 최고 영화제의 문을 여는 육중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냈다. 과장이 아니라 빛나는 출연진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작지 않은 감흥을 선사한다. 주목할 만한 시선을 여는 <바르바라>의 감독으로도 올해 칸을 빛낸 마티외는, 어느 날 사라져버렸으나 사실상은 함께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동생 이반(루이 가렐)이나 스무 살 적 홀연히 떠난 뒤 정확히 21년 8개월 6일만에 다시 등장해 그는 물론 주변인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는 카를로타(마리옹 코디야르) 등 ‘유령들’에 사로잡힌 영화감독 이스마엘 역을 100% 수행한다. 더러 기시감이 들긴 해도 명불허전이랄까.

<사진=전찬일>

목하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여우 코티야르와 갱스부르는 어떤가.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라 비 앙 로즈>) 등 세계적 명성에도 전라의 열연을 선보이는 코티야르나, 그 간의 그 어떤 출연작들보다 심원한 내면 연기를 구현한 갱스부르의 원숙미는 가히 압도적이다. 외모, 개성 등 여로 모로 다른 두 디바는, 카를로타도 극 중에서 말하듯 어느 순간 닮은꼴이 되면서 영화 보기의 색다른 체험을 안겨준다.

이렇듯 ‘스타 매개체’(Star Vehicle)로서도 작지 않은 눈길을 끄는 영화는, 그 속내에서도 큰 주목감이다. 칸 데일리 중 하나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자도 진단하듯, 이스마엘을 축으로 전개되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복합적 이야기들은 시간적 구조에서 언뜻 산만한 듯 보이나, 혼란스럽기보다는 흥미 만점이며 서스펜스 그득하다.

2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에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감독의 말마따나, 이스마엘의 초상이면서 이반의, 카를로타와 실비아(샤를로트 갱스부르) 등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의 초상들이기도 한 영화는 2017 칸의 성공적 출발을 넘어 그 상서로운 운항을 예측케 하기 모자람 없다. 개인적 소회를 하나 더 덧붙이면, 영화는 올해로 통산 20회를 맞이하며 그동안 본 20편의 칸 개막작 중 가장 인상적인 문제작으로 머물 공산이 크다.(계속)

2017 칸영화제에 참석한 필자 <사진=전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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