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현지르포②] 봉준호 감독 ‘옥자’ 절반의 성공에 그친 ‘문제작’
[아시아엔=칸/전찬일 <아시아엔> ‘문화비평’ 전문위원, 영화 평론가] 내 결론부터 말하자. 19일(현지시각) 오전 8시반을 기해 공식상영을 겸한 프레스 스크리닝에서 월드 프리미어 되며 베일을 벗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더도 덜도 아닌 딱 ‘절반의 성공’에 그친, 안타까운 문제작이다. 그에 부합이라도 하듯, 칸 현지 데일리들의 종합 평균 평점도 4점 만점에 평균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다.
재미삼아 상세히 소개하면, 칸 현지에서 가장 널리 참고 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점은 2.3점. 총 11개 매체 중 1개가 4점, 3개가 3점, 5개가 2점, 그리고 1점이 2개다. 총 6편의 경쟁작 평점이 발표된 21일 현재, 5위에 위치해 있다. 총 15개 프랑스 매체들만 평점을 부여하는 르 필름 프랑세는 반올림해 2.1점이다. 4점 만점을 주며 잠시나마 한국 저널리스트들을 들뜨게 했던 영국 매체 가디언의 저명 영화 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드쇼 포함 총 11인이 참여하는 갈라크롸제트는 상대적으로 높아 2.6점에 달한다. 다시 말하건대 평균 이상의 호평을 받은 셈.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거장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스크린 평균 평점은 2.4점이었다.
‘넷플릭스 이슈’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옥자>를 향한 칸의 관심은 한국 영화사상 최고치라 할 만하다. 저녁 7시 레드 카펫을 겸한 공식 스크리닝 티켓은 구하기가 어려워, 30여명의 한국 저널리스트들 중 지원자 3명에게 3장이 배정돼 그 세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고 다른 기자들이 그 기사를 참고·반영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만 했다. 오전 8시반 스크리닝에서의 기술상의 문제로 인한 10분 가량의 상영사고나, 그 사고 발발 전 영화가 상영되는 8분여 간, 영화 자체보다는 넷플릭스(의 자본력?)에 보냈을 법한 야유나 조롱이 환호에 뒤섞여 터져나온 것도 실은 영화를 향한 관심의 크기를 시사한다.
오전 11시로 잡혀 있던 기자회견도,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만석에 가까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50분여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질문을 주도한 건, 한국 포함 아시아 기자들이 주로 마이크를 잡았던 그 간의 여느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서구의 기자들이었다. 제이크 질렌할, 틸다 스윈튼, 폴 다노 같은 세계적 스타 배우들이 <옥자>를 빛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은 <옥자>와 봉준호 감독을 향한 신뢰와 감사를 확연히 드러냈다. 넷플릭스의 성원에 대한 지지도 잊지 않았다.
립 서비스가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태도는 가히 ‘베테랑’다웠다. 9인 경쟁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황금종료상 배제를 천명한 데에 대해서도 미소를 머금고, 어릴 적부터 열혈 팬이었는바 ‘그 분’이 저녁 스크리닝에서 자신의 영화를 볼 거라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된다고 여유 있게 답했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비교에 대해서도 그의 영향이 아마도 몸에 배어 있지 않겠냐고 답하면서도, 그 거장이 환경이나 자연 등을 넘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비판에까지는 나아가지 않았기에 ‘다름’도 내비쳤다. 자신의 진정한 영화적 멘토는 <하녀>(1960)의 김기영이나, 올 칸클래식에서도 선보인 <나라야마 부시꼬>(1983)의 이마무라 쇼헤이 같은 거목이라는 것도 밝혔다. 이미 영화를 봤겠거늘 20일 오전 한국 저널리스트들을 위한 한글 자막 버전 상영 때도, 그 수는 적잖았다. 하긴 나 역시도 경쟁작 한편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있었으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그런데도 <옥자>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영화 미학적으로 내리는 평가에서다. 일찌감치 연합뉴스에 전한 바와 같이, “슈퍼돼지 캐릭터인 주인공 옥자의 감정 표현이나 아날로그적 정서 구현 등은 압도적”이나, “생명과 자연, 자본주의의 관계를 두루 설파하는 내러티브의 결이나 봉 감독 특유의 장르 혼성 효과 등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 같다”고 할까. 연기의 질감도 불균질적이다. 신예 안서현은 ‘발견’에 값하는 열연을, <괴물>의 할아버지역 변희봉이나 노숙자로 잠깐 내비쳤던 윤제문은 제 몫을 다하나, 외국 출연진들은 한국 연기자들만큼 안정돼 있지 않으며 단절적이다. 그들이 연기를 못해서라기보다는 그 간 보아왔던 것들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어 하는 말이다. 물론 그것이 <옥자>의 비균질적 혼성 장르에 부응하는 연기 연출일 수도 있겠으나, 대중영화 고유의 몰입은 훼방하는 것만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옥자>의 수상 가능성을 첨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알모도바르 감독이 스크린 상영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선보이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겨 줄 수는 없겠다고 했지, 수상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 어떤 외신 보도에 의하면 그 발언으로 인해 일부 심사위원들이 자신들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도.
<옥자> 이외에 올 칸에 초청된 4편의 한국 영화들은 21일부터 내리 선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는 21일 오후 7시 15분 ‘특별상영’되고, 정병길 감독의 <악녀>는 22일 0시30분부터 ‘심야상영’ 된다. 22일 오후 4시반부터는 홍상수 감독의 경쟁작 <그 후>가 공식 상영되고, 24일 저녁 11시부터는 변성현의 ‘심야상영’ 작 <불한당>이 선보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