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현지르포④] 넷플릭스와 맨체스터 테러에 휘둘리다

[아시아엔=전찬일 <아시아엔> ‘문화비평’ 전문위원, 영화평론가] “보안과 넷플릭스가 칸의 수다를 독차지하다”(Security and Netflix hog Croisette chatter).

칸영화제 8일째인 지난 24일, 유력 데일리 <스크린인터내셔널> 톱기사 제목이다. 일견 ‘과장’인 감은 있으나, 전적으로 과장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적확한 진단이다.

이른바 ‘넷플릭스 어페어’가 2017 칸의 으뜸 화두임은 앞서 상술한 바대로다. 칸 개막 전에 이미 몇몇 매체들에 의견을 피력했듯이, 올 칸의 넷플릭스 이슈는 전적으로 ‘프랑스적 사건’이며 그렇기에 게임의 승패는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승리로!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가? 1895년 12월 28일 파리 그랑 카페 지하 인디안 살롱에서 ‘대중’, ‘유료’, ‘영사’된, 편 당 1분도 채 되지 않았던 10편의 뤼미에르 형제 영화들로 전통적인 영화의 개념을 사상 최초로 확립시킨 나라 아닌가. 20세기 후반 대표적 쿨 미디어 TV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그 위상을 위협했건만 핫 미디어인 영화가 생존을 넘어 번성하는데 미국 할리우드 등과 더불어 앞장서온 나라 아닌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영화 분야만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던, 영화·예술·문화의 나라 아닌가.

아쉬운 건 명실상부 세계 최고영화제라는 칸이 자신들의 선정이 야기시킬 법한 크고 작은 논란·파장들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로써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3번째로 크다는 세계적 ‘미디어이벤트’의 축제성을 적잖이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결국은 넷플릭스에 저비용고효과의 프로모션 효과를 톡톡히 안겨주면서⋯.

超디지털시대에 ‘극장 상영’이란 전제가 경쟁작 초청 여부를 좌우한다면, 폭넓은 공감을 끌어낼 수 없으리라는 건 자명하다. 당장 개막일인 지난 17일의 9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장에서도,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넷플릭스 관련 발언에 대해 심사위원 윌 스미스는, 미소를 머금었을지언정 명백한 ‘딴지’를 걸지 않았는가. 제 아무리 칸이라 해도 그렇다.

2018년부터 그런 전제를 충족시키는 영화들에 한해 경쟁부문에 초대하겠다는 칸의 결정에 베니스, 로테르담 등 세계 유수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지지를 천명한 것은 어디까지나 원칙론에 지나지 않는다. 칸 경쟁작이라 할지라도 상업성이 전혀 혹은 거의 없다면 IP TV 등으로 직행할 수도 있는 법, 어찌 극장 개봉이 영화제 초청의 조건이 될 수 있겠는가.

거대 자본사 넷플릭스의 콘텐츠담당최고책임자(CCO, Chief Contents Officer)가 어떤 영화가 영화제에 가기 위해 상업적 가능성이 있어야만 한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역설 아니냐고 반문하며, “영화는 그 상업적 잠재력이 아니라 예술적 미덕에 근거해 판단돼야 한다”(버라이어티, 23일자 23면 참고)는 웃지 못할 모순적 발언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예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된 보안검색은, 축제의 장으로서 2017 칸을 끝내 달아오르지 못하게 한 치명적 걸림돌이었다. 물론 사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2010년대를 거치며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무차별 테러의 주요 대상으로 부상하고, 실제로 크고 작은 테러들이 발발하며 강력 보안이 요청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23일 칸 영화제 스태프들이 지난 22일 발생한 맨체스터 테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마침 지난 22일 영국 잉글랜드 맨체스터 소재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는 가뜩이나 밋밋하게 진행되던 칸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았다. “미국의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직후, 공연장 바로 바깥에서 폭탄이 터졌는” 바, “영국시간으로 밤 10시 33분경에 발생하였으며, 2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본 테러는 2005년 런던 폭탄 테러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위키백과에서 재인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칸 집행위원회는 23일 “맨체스터 테러에 공포와 분노, 무한한 슬픔을 표한다”면서, “이번 테러는 영화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와 젊음, 즐거움, 자유, 관용 등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영화제 공식 홈피에 올렸다. 이어 오후 3시에는 테러 희생자들과 유족, 영국 국민을 위해 1분간 묵념을 하자고 제안, 시행했다.

23일 저녁 칸영화제 70회를 축하하기 위해 준비했던 불꽃놀이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세계 최고 영화제다운 조치였다. 미 할리우드 굴지의 애니메이션 사 픽사도 애도 분위기에 동참, <카3>의 포토콜 행사와 리셉션 등을 취소했다.

맨체스터 테러 이후 보안이 훨씬 더 철저해졌으리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중삼중의 검색으로 상영장은 말할 것 없고 본부 건물을 입장하는 데만도 시간이 적잖이 소요됐다. 칸을 찾은 이들은 한 결 같이 그 불편을 이해·감수했다. 당연했다. 보안은 영화제의 영역을 넘어서는 세계적 핫 이슈 아닌가. 이 마당에 일종의 해방구로서 영화제의 정체성을 운운할 수는 없는 노릇 않은가.

영화 프로페셔널들과 일반 관객들의 적극 협조는 칸의 위력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만 했다. 매뉴얼이 부재해서일 법하나, 문제는 검색의 개인차가 너무 심해 ‘들쑥날쑥’이라는 것이었다. 내 경우 가방에 들어 있던 물병을 열어 마셔보라는 해프닝도 있었다.

입장 등에 시간은 더 드는데 영화 상영 간의 간격은 예년과 동일해 모든 일정이 지연되곤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이 이슈는 올해만이 아니라 향후에도 전개될, 그래 어떤 식이든 영화제 측에서 근본적 대책을 강구·시행하지 않으면 안 될 딜레마인 셈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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