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11주기 앞둔 WHO 이종욱 사무총장이 남긴 이 한마디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미국 예일대 윈슬로우(E. A. Winslow, 1877-1957) 교수는 ‘공중보건학’을 이렇게 정의했다. “환경위생관리, 전염병관리, 개인위생에 관한 보건교육, 질병의 조기진단과 예방을 위한 의료 및 간호서비스의 조직, 건강유지에 필요한 생활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제도 개발을 위한 조직적인 지역사회의 공동 노력을 통하여 질병 예방, 수명의 연장, 그리고 신체적·정신적 효율을 증진시키는 기술이며 과학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제6대 사무총장(Director-General) 재임 중 뇌출혈로 2006년 5월 22일에 서거한 이종욱(李鍾郁, 1945년 4월12일생) 박사의 묘비(대전 국립현충원)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We will move forward towards the goal of Health for All. Together, learning from the past, we can change the future of global public health.”
이종욱 박사는 2003년 7월 21일 WHO 사무총장 취임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WHO 헌장에 나와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보건(Health for All)은 사회정의와 보건 불평등 등 요구를 반영한 것이며··· 항상 우리 일의 중심목표는 Health for All 입니다.(중략) 우리는 옳은 일(right things)을 해야 하며 올바른 장소(right place)에서 그것들을 해야 하고 올바른 방법(right way)으로 해야 합니다.”
대한보건협회(Korea Public Health Association) 60주년 기념 ‘보건학종합학술대회’가 ‘보건의 날’인 4월 7일과 8일 양일간 동덕여대 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되었다. 대회는 공중보건의 과거·현재·미래로 정하고 의료를 넘어선 공중보건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학술대회 기조강연은 한달선 한림의대 명예교수(한림대 총장 역임)가 ‘우리나라 공중보건의 과거’를 발표했으며, ‘공중보건의 현재’는 대한보건협회장 박병주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그리고 ‘미래의 공중보건’은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前 질병관리본부장)가 발표했다.
필자는 지난 30여년간 대한보건협회 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자문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1965년부터 1989년까지 25년간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서 보건사업(Health Project)과 영양사업(Nutrition Project)을 담당하면서, 당시 정부 부처(경제기획원, 보건사회부, 농촌진흥청 등)와 우리나라 보건과 영양 분야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북한의 남침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을 위시하여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다. UNICEF는 결핵(結核, tuberculosis) 관리사업, 나병(癩病, leprosy, Hansen’s disease) 관리,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모자보건(MCH)사업 등에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였다. 예를 들면 BCG 백신, 예방접종 백신 보관용 냉장고, 집단예방접종을 위한 보건요원들의 이동용 차량(독일 폭스바겐, 영국 랜드로버 등), 결핵 약품, 나병 약품, 임산부와 영유아 영양제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공중보건 관장부처는 사회부, 보건부, 보건사회부, 보건복지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관장 업무도 초창기에는 보건(保健), 의정(醫政), 방역(防疫), 위생(衛生), 약정(藥政) 등 전반을 중앙부처가 직접 관장했으나, 환경위생 업무는 환경부로, 식품과 약정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되었다.
공중보건사업의 시기별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건국 초기와 6·25전쟁 피해복구 시기에는 급성전염병 관리, 결핵 관리, 나병 관리, 성병 관리 등이며, 경제성장의 적극적 추진 시기(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 시작)에는 가족계획사업, 모자보건사업, 기생충질환 관리, 기초적 환경위생, 의료취약지역 대책, 결핵관리 확충 등이었다. 경제·사회의 선진화 추구 시기에는 의료보장제도 출범과 확대, 지역보건체계 개발, 지역보건의료계획, 만성질환 관리, 건강증진사업, 국가검진사업, 신종 감염병 등이 주요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