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에 갇힌 두 여성 이야기···한국 박근혜와 멕시코 양아무개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문 안에 갇혀있는 두 여성이 있다. 한국과 멕시코에 있는 이들은 60대 중반과 30대 후반, 모두 미혼이다.

한 사람은 최고의 권좌에서, 또 한 사람은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가장 험한 곳에서 ‘어떤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 결정은, 둘 다 자신의 의지로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다.

한 여성은 다른 여성을 너무 잘 알지만, 다른 여성은 전혀 모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른 여성은 한 여성을 꼭 알았어야 했다.

두 사람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나 지난 4월 이국땅, 불과 십수 킬로미터 반경의 공간에서 이틀 이상 같이 있었다.

두 여성 모두 문을 나서야 한다. 젊은 여성은 당장 나서기를 바라고 있지만, 나이 든 여성은 그 문을 나서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어린 여성은 그 문 안에 1년이 다되도록 억울하게 갇혀 있고, 나 많은 여성은 억울한 사람들을 딛고 4년째 문 안에 있다.

이 문은 청와대 문과 산타마르타교도소 문이다.

한 여성은 문 밖을 나서는 순간 자유로운 공기를 맘껏 호흡하겠지만, 다른 여성은 문 밖을 나서는 한 여성이 나온 큰집 문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문 나오기를 주저하는 나 많은 여성은 그 문을 나오는 순간, 그 역시 젊은 여성이 누릴 ‘홀가분함’을 조금이라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아직 모르는 듯하다.

9일 탄핵 표결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과 8일(멕시코 현지시각) 항고심 재판을 앞둔 양아무개(애견 옷디자이너)씨 얘기다.

양씨 항고심 재판일인 8일 멕시코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주목된다. 금년 1월 중순 인신매매범으로 몰려 1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양씨. 지난 10월초 연방법원에 의해 암파로(헌법소원)이 받아들여졌지만 검찰의 항고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8일은 올해 마지막 열리는 항고심 재판일이다. 현재 수십건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양씨에 대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만일 이날 양씨에 대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무리 일러도 내년 2월까지 양씨는 산타마르타교도소에서 겨울을 나야 한다. 멕시코 법원은 성탄절과 연말연시엔 장기휴가에 들어가 재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여성이 나서야 할 두 개의 문’을 떠올리며 이런 물음을 내 스스로에게 던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국민이 이국 땅에서 장기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을까?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지난 4월 멕시코 국빈방문 이전 이미 양씨는 석방되어 있었을 것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인 그가 양씨 사건을 보고 받을 수 있을까? 만일 보고를 받는다면 양씨 문제를 즉시 해결하라고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멕시코 대통령에게 통화라도 하며 협조를 부탁할까? 할 수 있을까?

한편 외교부 한동만 재외동포 대사는 “그동안 교민들이 멕시코 법원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윤병세 장관이 멕시코 외교장관을 만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해온 것이 꼭 결실 맺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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