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지혜학교’ 교사 일동 “박근혜 심판 너머 사회혁명으로 승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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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편집국] 광주시 소재 대안학교인 지혜학교(교장 장종택) 교사들은 9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국가를 침몰시킨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와 정의와 공공성 가르쳐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인데 지금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며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지금 시민의 분노가 4월의 피울음으로, 6월의 스크럼으로 거리에 물결치고 있다”며 “단지 불의한 권력을 심판하는데서 그치는 혁명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를 바꾸는 혁명, 우리 자신을 바꾸는 혁명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

2016년 시국에 대한 지혜학교 교사들의 선언

우리는 교사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와 정의와 공공성(公共性)을 가르칩니다. 학생들을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습니다. 민주주의는 파탄 났고 헌법은 휴지조각이 되었으며, 사익을 추구하는 탐욕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학생들에게 민주와 정의와 공공성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서 또 다시 유신독재가 되었습니다. 가장 공적인 사람으로 대통령을 선출하였으나, 공과 사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여 가족사로 둔갑시켰습니다. 이성과 합리 대신 사교에 빠져들었고, 그로부터 비롯된 개인적인 관계 속으로 국가를 함몰시켰습니다. 아예 국가 자체를 사유화 한 것입니다. 이건 더 이상 국가가 아닙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이 무도(無道)한 현실을 목도하도록 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통감합니다. 우리는 교사로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안학교의 교사입니다.

대안학교는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문명을 꿈꾸며 우리의 삶으로 그것을 앞당겨 살고자 하는 학교입니다. 비록 4대강 사업처럼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세상에 살지만 생태적 문명을 꿈꿉니다. 사람마저 개, 돼지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에 살지만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공동체를 노래합니다. 분단과 증오 속에 살아가지만 평화와 통일을 노래합니다. 모두를 죽이는 경쟁 속에 놓여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살리는 연대와 공존의 삶을 그립니다. 우리는 대안학교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모든 것을 거꾸로 돌렸습니다. 남북갈등을 부추겨 국민을 전쟁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속이고 활성단층 지대에 핵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국민의 안전마저도 버렸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 7시간동안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국가가 국민을 살해했습니다. 세월호에서는 책임의 방기를 통해서, 백남기 농민에게는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해서 국민을 살해한 것입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깊은 바다 속에 잠겨있고, 유가족은 길거리를 헤매고 다닙니다. 국민을 우롱하는 악어의 눈물을 흘렸지만, 책임자의 처벌은 고사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한마디 없었습니다. 기어코 박근혜는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바로 이 지옥에서 그들의 청춘을 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지혜학교」의 교사입니다.

성찰적 지성인, 지혜학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입니다. 지성인은 보편적 가치가 위협받을 때 자신의 안위에 매몰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나서는 사람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입니다. 피 흘려 이룩한 자유와 평화와 정의와 민주주의가 무너져버린 지금, 한 사람의 지성인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우리는 행동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저항은 교실에서 말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거리로 나설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하여,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하여 우리의 싸움을 싸울 것입니다.

이 위기가 단지 박근혜-최순실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님을 온 국민이 압니다. 그동안 이 땅을 지배해왔던 불의한 정치권력이, 민중의 삶을 옭죄고 있는 자본권력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언론권력이, 그리고 불의에 면죄부를 주고 강화해왔던 사법권력이 박근혜의 뒤에 숨어 있었음이 명백해졌습니다. 이제 이들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인으로 서야 합니다. 그러나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더 갖춰져야만 합니다. 이 불의하고 무도한 사회의 유지에 일조했던 우리의 침묵에 대한 반성이 그것입니다.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민의 분노가 4월의 피울음으로, 6월의 스크럼으로 거리에 물결치고 있습니다. 단지 불의한 권력을 심판하는데서 그치는 혁명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를 바꾸는 혁명, 우리 자신을 바꾸는 혁명이 되어야 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5월 광주의 후예인 우리 역시 우리 안에 있는 안일과 타협을 성찰하면서 이 혁명의 물결에 동참할 것입니다.

미래세대와 눈이 마주쳤을 때, 더는 부끄러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하나, 국가를 침몰시킨 박근혜는 퇴진하라!

하나, 권력에 부역하는 새누리당을 해체하라!

하나, 정치검찰 파면하고 별도특검 실시하라!

하나, 진실 외면, 국민우롱 언론권력 해체하라!

하나, 수구세력 조종하는 재벌과 전경련을 해체하라!

하나. 역사를 바꾸려는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라!

하나,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특별법을 제정하라!

하나, 학생이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국가를 내놓아라! 시민이 주인이다!

2016년 11월 9일

지혜학교 교사일동

장종택, 이남옥, 이수영, 유화정, 최미성, 최좌훈, 김진, 양혜련, 이한나, 박세천, 문숙영, 성수진, 고아라, 지세영, 이수정, 정성우, 박미숙, 강정진, 박숙희, 유미영, 김태완, 추교준, 김성수, 송미성, 장동식(순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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