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 트럼프 집권 겁낼 것 없다

 

Former President Bill Clinton waits for the third debate between Democratic presidential nominee Hillary Clinton and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during the third presidential at UNLV in Las Vegas, Wednesday, Oct. 19, 2016. (AP Photo/Patrick Sema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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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빌 클린턴이 조지 H. W. 부시에 이긴 화두는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였다.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 이긴 화두는 “문제는 일자리(jobs)야, 바보야”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하이오 인디아나 등의 ‘lust belt’에서 승리했다. 이 지역은 독일계, 북유럽계 등 백인 노동자들이 많다. 클리블랜드의 철강,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등 전통적으로 미국을 받쳐주는 공업의 본고장인데 중국, 한국 등의 공략으로 녹(lust)이 슬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파고 든 것이다.

1917년 러시아에서 볼세비크혁명이 일어났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미국에도 일시적이나마 이런 시기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루즈벨트의 수정자본주의와 뒤를 이은 세계 대전의 발발로 미국의 경제는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최강국이 되었다. 2차대전 후 미국의 GDP는 세계의 절반을 넘었다. 이를 기반으로 UN을 창설하고 IMF와 IBRD로 세계의 경제질서를 지배했다. 마샬 플랜으로 유럽을 재건하고 자유세계의 챔피언이 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미국은 월남전과 이라크전, 아프간전에 헤아릴 수 없는 돈을 퍼부었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다. 미국이 아무리 세계 최강국이라 하나 이래서는 견딜 수 없다. 미국 국내정치에서는 외교정책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교정책의 여파로 일반 시민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중국이 성장한 데는 키신저가 열어준 미국시장이 결정적이었는데 G-2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파고 든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정계에서 철저히 아웃사이더였다. 하원의원도, 주지사도 해본 적이 없으며, 백만장자라 하나 아버지에서 물려받은 재산을 키워간 부동산업자다. 포드나 카네기와 같은 기업가(entrepreneur)가 아니다. 그러함에도, 그의 막말과 기행은 참을 수 있으나, 기득권을 대표하는 힐러리의 거짓말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투표의 결과다.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의 42%인 9500만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도 평택에 건설되고 있는 세계최대의 해외 미군기지를 보고 나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외교·국방 당국자들이 트럼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여기에 설득되기보다 한미 FTA로 인한 한국의 이익은 260억달러인데 미국은 130억달러로 미국이 130억달러를 손해보고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한미 FTA 재조정 요구가 분명히 있을 듯하다. 조정되어도 한국에 대한 관세는 2.5%이나 중국에 대해서는 35~45%의 보호무역관세를 때리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니 이로써 중국경제가 받을 충격은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유럽은 공산권이 몰락한 후 군사비를 대폭 줄였다.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압도적인 전력에 놀라면서도 그들은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더 하라”며 손을 빼고 있다. 미국인들이 유럽의 안보를 위해 자기들만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심사가 일본, 한국에 날라든다. 앞으로 미국의 요구가 증가될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한국 원자력잠수함 운용 양해·지원과 같이 주고받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현재 헌정의 위기 가운데서도 침착하게, 놀라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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