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국민사과] ‘악어의 눈물’ 아닌 ‘참회의 눈물’로 진정 믿고 싶다

박근헤 대통령 "저의 불찰, 필요하면 검찰 조사 임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두번째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그는 “저의 불찰로 필요하면 검찰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지난 10월 25일에 이어 4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항간에서는 그 눈물이 참회(懺悔)의 눈물이냐 아니면 악어의 눈물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여하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불과 10일도 안 돼 두번씩이나 국민을 향하여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여간 슬픈 일이 아니다.

악어가 큰 고깃덩이를 삼킬 때는 꼭 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슬픔이나 참회 때문이 아니라 욕심 사납게 먹이를 탐내 종종 자기 입보다 훨씬 큰 덩이를 삼키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숨을 급하게 들이 쉰다. 이때 악어의 눈물샘이 눌리게 된다. 그래서 먹이를 먹을 때 우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한다.

악어의 눈물을 참회의 눈물로 본 것은 로마의 사학자 플리니우스가 그의 저서 <박물지>(博物誌)에서 이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악어의 눈물은 거짓 참회의 상징이 되고 있지만, 사실은 단순한 반사작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물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 동정심을 유발한다. 그러나 ‘악어의 눈물’은 ‘참회의 눈물’이 아니다. ‘거짓의 눈물’ ‘위선의 눈물’에 불과하다.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은 뒤 흘리는 눈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11월 4일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했다. 지난번 대국민 사과에서 1분 40초 정도의 발언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9분3초간 발언을 이어갔다.

예정된 대로 오전 10시30분에 짙은 회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입장한 박 대통령은 준비한 발표문을 연단 위에 놓은 뒤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는 박 대통령의 눈시울은 일순 붉어졌다. 그리고 눈에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다. 목소리는 다소 잠긴 듯 가라앉아 있었다. “무엇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고 말한 뒤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도중 “가슴이 아프다”, “송구스럽다”, “가슴 깊이 통감한다.”, “스스로 용서하기 힘들고 서글픈 마음”, “밤잠을 이루기도 힘들다”,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 등을 통해 참담한 심경을 수차례에 걸쳐 표현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대국민담화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진정성 있는 사과”로 평가했지만 야당은 “박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계속 서있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정말 침통하고 슬픈 일이다. 진정으로 참회하려면 이 정도의 담화나 약간의 눈물로는 안 된다. 참회라 하는 것은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는 일이다. 그리고 악도(惡道)를 놓고 선도(善道)에 들어오는 초문(初門)이다.

사람이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여 날로 선도를 행한즉, 구업(舊業)은 점점 사라지고 신업은 다시 짓지 아니하여 선도는 날로 가까워지고 악도는 스스로 멀어지게 되는 것이

다. 죄는 본래 마음으로부터 일어난다. 그래서 마음이 멸(滅)함을 따라 반드시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죄업의 근본은 탐·진·치(貪嗔痴)다. 아무리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할지라도 후일에 또다시 악을 범하고 보면 죄도 또한 멸할 날이 없다. 또는 악도에 떨어질 중죄를 지은 사람이 일시적 참회로 약간의 복을 짓는다 할지라도 원래의 탐·진·치를 그대로 두고 보면 복은 복대로 받고 죄는 죄대로 남아 있게 된다.

세상에 전과(前過)를 뉘우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후과(後過)를 범하지 않는 사람은 적다. 또 일시적 참회심으로 한두 가지의 복을 짓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심중의 탐·진·치(貪瞋痴)를 그대로 두고서는 결코 죄업(罪業)이 청정할 수는 없다.

참회의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참(事懺)이요, 하나는 이참(理懺)이다. 사참이라 함은 성심으로 삼보(三寶, 佛 法 僧)전에 죄과를 뉘우치며 날로 모든 선을 행함을 이른다. 그리고 이참이라 함은 원래에 죄성(罪性)이 공(空)한 자리를 깨쳐 안으로 모든 번뇌 망상을 제거해 감을 이름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영원히 죄악을 벗어나고자 하면 마땅히 이 두 가지 참회의 방법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밖으로 모든 선업을 계속 수행하는 동시에 안으로 자신의 탐·진·치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참회를 일구월심(日久月深)으로 하면 마치 저 솥 가운데 끓는 물을 냉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위에다가 냉수도 많이 붓고 밑에서 타는 불도 꺼버림과 같아서 아무리 백천겁(百千劫)에 쌓이고 쌓인 죄업일지라도 곧 청정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악어의 눈물을 흘렸는지 아니면 진정한 참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 자신이나 나라를 위해서도 진정으로 이 참회의 방법을 통해 진참회(眞懺悔)의 길을 가면 다행일 것 같다.

더 이상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일은 정말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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