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진 영화감독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 갇힌 곳서 1만리 거리에”

【서울=뉴시스】박찬수 기자 = 감독 방은진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11.12. redchacha1@newsis.com
방은진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엔=박세준 기자] 영화 <301 302> <수취인 불명>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그리고 2005년 영화 <오로라 공주>와 2013년 <집으로 가는 길> 등 ‘개념 있는’ 영화를 연출·감독한 방은진 감독은 요즘 조선초기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 시나리오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한국의 애견 옷 디자이너인 양아무개(38)씨가 8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방은진 감독을 떠올렸다. <매거진N>은 8월23일 방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10년 남짓 전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집으로 가는 길>을 연출한 방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리고 사흘 뒤 방 감독을 다시 만났다. 그는 “죄를 짓지도 않고 감옥에 가 있는 사람이 석방되도록 하는 것은 정부나 개인이나 누구나 해야할 몫”이라며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Q 실제 인물 장미정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전도연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 <집으로 가는 길> 방은진 감독께 멕시코에서 수감중인 38살 한국여성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장미정씨 사건은 2004년 에서 시작해서 2006년 2년 2개월여의 시간이 걸려 종결된 사건이다. 2013년 실화를 바탕으로 전도연씨가 주연으로 나왔다. 당시 장미정씨는 딸과 남편이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영화는 프랑스 국제공항에서 마약운반범으로 검거돼 억울하게 투옥되고, 석방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를 빌어 관객들께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지만 당시 상황으로 인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만 어필한 듯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Q 어떤 대목이 그런가?

A 우선 대한민국 헌법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돼있다. 장미정씨 사건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가족의 소중함뿐 아니라,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장미정씨 사건은 한 매체에서 다루어 세상에 알려지고 네티즌들의 ‘장미정을 사랑하는 모임’이 생겨 생필품을 걷고, 변호사 비용 등을 모금했다. 이같은 움직임으로 장씨는 다시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영화로 다루면서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당시 장미정씨가 있던 교도소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자만 투옥되는 곳인데다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통역도 없이 법적 절차나 재판 등을 본인이 해결해야 했으니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니 너무 맘이 아팠다.

Q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기 바란다.

A 누구를 처벌한다기보다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재외국민이 해외에서 죄를 짓든 아니든 현재 적지 않은 재외국민이 해외에 수감되어 있다. 설령 범죄자라 하더라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기본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억울한 누명을 쓴 경우라면 더더욱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는 그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유죄확정이 나오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무죄추정 하에 자국민 보호에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Q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A 외교업무와 영사업무가 분리돼 있지 않다. 일제 때 방식 그대로인데, 일본도 두가지 업무가 분리되어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장미정씨 사건을 보았을 때 국제 마약조직인 칼리카르텔이 일반인을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한다. 이같은 일은 국내에서는 매우 생소한 일이다. 그러니 당사자도 황당하지만, 영사업무 면에서도 쉽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선 전례 없는 국제범죄들이 한국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3년 옥사한 김규열 선장이 필리핀에서 마약운반 혐의로 투옥된 것을 비롯해 아프리카 유학생이 인형 한번 잘못 전달해주다 범죄에 연루되는 일도 있었다. 오죽하면 장미정씨가 ‘추적 60분’에서 “해외여행 때 가방 함부로 들어주지 말라”고 인터뷰했겠는가? 장미정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을 허락해준 것은, 영화를 제작해서 스타덤에 오르거나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자신과 같이 억울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는 재외국민이 생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제작 후 어떠했는가?

A 영화가 되고 나서 오히려 가슴 아팠던 것 같다. 장씨의 어린 딸이 학교에 입학 후 엄마가 범죄자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당사자 고통도 안타깝지만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을 거다. 양 씨가 2백일 넘게 그렇게 감옥에 있다는 것, 멕시코 감옥의 양씨는 비록 딸은 없지만, 지병이 있으신 어머님께서 병세가 악화될까봐 자신이 처한 사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들었다. 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 어떻게 더 이상 희생자가 없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만든 영화 속 이야기가 또 반복되는 것인지 너무 가슴이 막혀온다.

Q 덧붙일 말씀은.

A 사실 장미정씨 사건은 첫 재판에서 바로 석방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재판을 2년 동안 못받았던 게 문제였다. 국민들이 관심 갖고 지혜를 모았기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될 수 있었다. 그게 서명운동이든 변호비용 모금이든 기사로 언론에 노출하여 알리는 것이 되었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정말, 정말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되풀이 안됐으면 좋겠다.

자신의 <집으로 가는 길> 영화에 대해 방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게 바로 현실이다. 지구 반대편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됐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가 있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낸 그녀가 너무나 가까이 있기 때문에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려보고 싶었다. 보고 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감옥이 아닐까. 한 가족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따뜻한 방 한 칸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이 영화를 통해 그려내고 싶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 장미정씨 사건 발생 12년이 지난 2016년 가을, 38살 양 씨는 장씨가 수감됐던 카리브해 연안 마르티니크교도소에서 불과 4000km 떨어진 멕시코 산타마르타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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