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자연속으로] 러시아 ‘다차’와 일본의 ‘브라인엔 오오야’를 한국에···

행복없는 삶은 무서운 형벌···첫째도 ‘행복’ 둘째도 ‘행복’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결혼생활의 행복은 웃음과 즐거움과 사랑이다. 더하여 다정다감한 정감과 유머러스한 열린 분위기다. 또한 삶과 밀착된 고품위의 문화공간을 고무시키는 자연생활의 연장이다. 이런 것을 일상화하는 방법으로는 자연을 통한 인문학적인 레저의 생활화다. 밭을 일구고 씨 뿌리며 야생화를 보듬으며 감성과 인성을 꽃 피워 평화로운 삶을 펼쳐나간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수출국 반열에 올랐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국민의 총만족도(GNS)와 국민행복도(GHP)는 OECD 34개 국가 중 24위에 머물러 있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FF)의 지난해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 68위에 그쳤다.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소국 ‘부탄왕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천달러에 불과하지만 국민행복지수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답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는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불행한 처지에 놓여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남의 나라를 들여다보자.

그들은 주말을 농원에서 일하며 레저를 즐긴다. 러시아의 경우를 보자. 주말이 되면 주말농원인 다차(Dacha)로 향하는 차량으로 혼잡을 이룬다. 러시아에는 다차가 약 3200만 곳이 있다. 인구가 1억3700만명이니 4.28명 당 1개인 셈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다차를 갖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을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만든 통치수단이 그 나라의 정치와 경제안정 및 국민정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투쟁으로 격렬했던 노동조합이 다차 생활로 완화됐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2년간 유학한 필자의 주말레저농원 멤버인 경기대 출신 이선옥 여학생의 생생한 다차 경험담을 들어보자.

“다차는 텃밭 90평, 건물 9평이 기준이다. 다차 숲 속에서 샤슬릭(숯불구이 꼬치)을 구워 먹으며 보드카에 취해 잠시 풀밭에 뒹굴며 졸기도 한다. 주말에 아이들과 텃밭에 농작물을 심고 가꾸며 이웃과 가족들이 어울려 야외운동과 산책을 즐긴다. 특이한 것은 책 한권을 들고 사색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톨스토이나 차이코프스키, 토스토예프스키의 인문학적 자연관이 국민정서로 승화된 감성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무공해 채소와 과일을 자급자족하며 이웃과 나누어 먹고 남는 것은 시장에 팔아 생활에 보태 쓰는 소박한 삶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한다. 겨울에는 마당에 있는 작은 수영장의 얼음을 깨고 풍덩 빠졌다가 바냐(사우나)를 번갈아 드나들며 자작나무 잎가지로 몸을 때리면서 전통 북극곰 놀이를 즐긴다. 대학교수들도 학생들과 다차 생활을 하며 농산물 생산과 수확에 힘쓰고 가을 추수 때는 대학이 휴강까지 해 캠퍼스 인근 유흥가는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다차는 러시아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온 국민들의 정서적 고향으로 자리잡았다.”

독일의 주말 가족농원인 클라인 가르텐(Klein Garten, 작은 농원)은 전국 회원수가 1200만명, 동호회만도 1만 5200개에 이른다. 10가구 당 1가구가 주말농장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구획당 토지는 60~120평이고, 건물은 9평 미만으로 규제되어 있다. 실용적이고 소박한 독일문화를 잘 상징하고 있다. 개인소유보다는 회원제로 임대하는 형태가 많다. 임대료는 1구획당 연간 45유로(약 59000원)이며 협회비는 1구획 당 연 60유로(약 78000원)이다. 보험료 전기·수도료 등을 합하면 350유로(45만5000원)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독일은 산업화에 따라 도시인구가 늘어 좁고 열악한 주거환경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주원인이라는 의사인 슈레버 박사의 주창에 따라 사회운동으로 확산해 주말농원이 번창해 나갔다. 어린이들의 건강과 정서를 위해 채소 묘상을 만들어 어려서부터 농원 일을 체험시켜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발전시켰다.

러시아, 독일 등의 사례로 볼 때 우리들은 지나치게 박제된 아파트에 갇혀 살며 외식이나 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일본은 체제형 시민농원인 八千代風(야치요쵸)를 소규모로 계획, 개발하고 연이어 브라이엔 오오야(만족감을 느끼는 농원), 브루엔 야마토(꽃을 사랑하는 농원) 등이 생겨났다. 1구획의 토지는 약 90평이고, 건물은 약 8평이다. 이용요금은 연간 27만6000엔(연간)이다. 이런 시민농원 외에 일본인들은 작고 예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작은 집이나 아파트에서도 채소, 분재, 꽃, 야생화, 연못, 분수 등을 만들어 손질하며 즐긴다. 그리고 주말에는 작은 텃밭이나 텃밭이 없으면 산야를 돌아다니며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에 나가 사진 등으로 찍으며 활동한다.

전 국민의 80% 정도가 이같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야생화, 전원생활, 꽃 가꾸기, 채소류, 요리 등의 매거진 발행 문화사업과 이벤트는 가히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정서문화의 꽃이다. 또한 일본인은 지역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전통이 대단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경제적 진보와 물질적 소유는 중요하다. 이는 삶을 크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진보는 다른 목표들과 동시에 추구될 때만이 행복을 느끼게 된다. 즉 국민행복추구(GNH)가 최종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물질적 만능이 우리를 행복으로 안내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요건은 다음과 같다.

△자연과 함께하는 개방교육과 생활 △밭을 가꾸는 여가생활 증대 △문화적 다양성 △레저생활 △공동체와의 활발한 유대 △자연을 가까이 하는 생태적 보전 △전원생활을 통한 힐링의 여백 등.

이대로는 안 된다···‘희망·꿈·행복’을 향한 고뇌

선진국들은 탄탄한 행복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200~300년의 산업화과정과 문화계몽과 진흥의 진통과정을 겪어왔다. 이제 40~50년의 개도국 과정에 있는 한국은 경제건설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역사에는 월반(越班)이 없다. 역사를 월반한 우리는 앞선 국민보다 문화를 위시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품격을 높이는 훈련’을 몇십 배를 하여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라도 ‘행복하지 못한 설움’을 채우는 공력을 온 국민이 이루어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주말레저전원 생활이다. 야외에서 마음껏 뛰노는 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행복을 향한 열망

우리나라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어중간하게 질서가 잡혀 있는 나라다. 혼란에 친숙해 있으면서도 적당히 질서를 헤쳐 나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호체계를 갖고 있다. 삶의 방식에 모종의 비합리적 질서가 있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게 문제다. 지금 우리 공동체는 언제 붕괴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것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다. 도대체 이 비합리적인 질서 아닌 질서란 무엇인가?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일인데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개개인을 대하면 선량한데 몇 사람 모이면 엉뚱한 군중심리에 휩싸여 법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고 교양 없는 반사회적 일들을 저지른다. 전원생활과 자연을 통합한 인문학적 인성교육이 부족한 탓이리라. 감성어린 인성교육은 가정만이 해낼 수 있다. 여가생활을 바로 잡아야 한다. 모든 습관은 정의나, 윤리도덕의 가르침이 잘못된 게 아니라 무질서하게 노는 방법이 지문처럼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업화·정보화 물결 속에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어지고 씨 뿌리고 밭 가꾸며 땀을 흘리는 노동선(勞動善)의 즐거운 자유정신을 멀리 했다. 먹을거리와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오직 국민의 ‘총체적 행복’을 위하여 자연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이 깃발을 높이 쳐들고 과거 새마을운동을 뛰어넘는 야심찬 역사전환의 전략적 국민운동이 시급하다.

행복으로 가는 초원의 캠프···”세상은 나날이 변하는데 우리 가정의 모습은 그대로다”

땀방울을 통한 자연스런 행복의 속삭임은 가족 안에 있다. 우리는 너무나 마음이 메말라 있다. 갈 길은 오직 자연, 즐겁게 살기 위한 길도 역시 자연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원천 치유하는 체험장, 국민농장 Agri-life ‘주말레저농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