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부터 ‘가족을 지켜라’②] 전세계 환자 1200만···치료비 암환자에 1.6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최근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 에이미 켈리 박사 연구팀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3대 사망 원인 질병인 심장질환ㆍ암ㆍ치매 가운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질병은 치매로 나타났다. 이는 치매환자에게는 진료비, 약값, 수술비 등의 부담보다 요양과 간호 등 간접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켈리 박사 연구팀이 2000년부터 환자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에 이르기 전 ‘생의 마지막 5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치매 환자가 28만7038달러(약 3억2500만원), 심장병 환자가 17만5136달러(약 1억9800만원), 암 환자가 17만3383달러(약 1억9600만원)로 조사됐다.
치매환자가 심장병이나 암환자보다 약 57% 정도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의 노령 의료보험(메디케어)이 부담하는 금액은 질병에 관계없이 비슷해 실제 가족이 지불하는 비용은 치매 환자가 심장ㆍ암 환자보다 81% 정도 더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은 자산감소 등 경제적 타격을 입기도 한다. 가족이 치매환자를 직접 요양 보호를 하는 것까지 합치면 실제 치매환자를 보살피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미국에는 500만명 정도 알츠하이머 환가가 있으며, 1500만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박모(70세)씨 아들은 지난 2008년 결핵성 뇌염(腦炎)을 앓으면서 뇌 손상 판정을 받았으며, 판단력이 떨어지고 보행도 부자유스러워졌다. 아버지(대학교수)는 아들에게 여러 가지 치료를 받게 했으나 허사였으며, 아들은 2013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아들이 뇌염으로 쓰러졌을 때 며느리(41세)와 별거 중이었으며, 지난해 며느리가 이혼소송을 내어 이혼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박씨가 아들의 1차 부양 의무자는 며느리이므로 자신이 대신 낸 치료비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며느리가 박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치매(dementia)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등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상태이다.
치매는 세계적으로 최소 1200만명이 고통 받고 있는 질환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에는 치매로 고통 받을 사람의 숫자가 지금보다 3배에 가까운 36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정부는 치매의 조기발견과 예방, 치료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채매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을 세분화하면 80~90가지에 이른다. 다양한 치매원인 질환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다. 그 밖에도 루이소체 치매(Diffuse Lewy body dementia),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헌팅톤병, 픽병, 뇌종양, 전두측두엽 퇴행, 두부 외상, 대사성 질환, 결핍성 질환, 중독성 질환 등 매우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치매의 원인질환 비율은 알츠하이머병 50%, 혈관성치매 20~30%, 알츠하이머병 외 퇴행성 뇌질환(루이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10%, 기타 치매 10~15%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