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스님의 동행] 지구별 여러분께 “우리는 모두 ‘알몸 동기생’ 입니다”

[아시아엔=법현 스님, 열린선원 원장] 동기(同期)는 벗이나, 동창생, 군대 훈련을 같이 받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아마도 한 스승 아래에서 같은 공부를 오래 한 이들은 애틋하고 따뜻하며 때로는 더 어려운 경우도 있을 거다. 종단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원 소임 중 후학들을 지도하는 교무부 소임을 살 때가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었다. 절에 들어와 스님이 되기 위해 예비공부를 하는 이들을 행자라고 하는데 전국 사찰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한곳에 모아 교육을 시켜서 부처님 계율을 내려주는 수계산림(授戒山林)이 있다.

어느 수계산림 끝자락에 발우공양을 하는데 배식담당자가 국을 주지 않고 지나가기에 붙잡았더니 짠하다는 표정으로 국을 내 발우에 부어주었다. 멋모르고 국 한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가 ‘욱’ 하고 뱉을 뻔했다. 국맛이 짠 것을 넘어서 소태 아니 바닷물같이 썼다. 다른 대중들이 있기에 내색하지 않고 눈빛만 주었더니 발우공양이 끝나고 그 행자가 나와서 큰 절 삼배를 올리며 잘못을 고백했다. 동기생들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해 국에다 소금을 잔뜩 넣었기에 스승그룹인 스님께는 건너뛰었는데 붙잡아서 어쩔 수 없이 드렸다는 것이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는 안 되기에 야단을 쳤으나 그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훗날 남방 초기불교를 하는 테라바다 교단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예부터 공부(수행)를 잘 하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훌륭한 스승과 좋은 도량, 그리고 착한 도반이다. 이 도반이 바로 동기생일 것이다. 스승이 훌륭해야 바른 안목을 가지고 수행을 지도해주며 적당히 평안하고,또 필요한 만큼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도량이 있어야 정진하기 알맞다고 했다. 거기에 함께 절차탁마 하는 도반이 있어야 공부가 잘 진행된다. 그래서 수행자가 잊지 말아야 하는 다섯 큰 은혜(五種大恩) 가운데 탁마상성 붕우지은(琢磨相成 朋友之恩)을 읊으면서 되새기는 것이리라.

부처님을 수행한 시봉(侍奉) 가운데 한 사람이으로, 그림자 같이 수행하며 입 속의 혀같은 역할을 했던 아난다가 어느 날 벗에 관해 부처님께 여쭈었다.

“출가 수행자가 열반을 향해 정진해 나가는데 여러 가지 도움과 환경이 필요한데 그 가운데 벗의 역할은 중요도로 보아서 절반 정도의 가치는 되겠지요?”

부처님은 정색하시고 말씀하셨다.

“그런 말씀 마시게. 절반이라니, 절반이라니?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데 벗의 역할은 절반이 아니라 전부라네, 전부!”

놀라운 말씀이다. 수행하는 착한 벗의 중요성과 역할이 거의 전부란 말씀이다. 이 말씀은 <절반경>이라는 초기불교 경전인 니까야(Nikaya)에 나온다. 다음 이야기는 살아가는 벗에 관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은평구 갈현2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평소 낯익은 할아버지를 뵙고 인사를 드렸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 “어, 동기생 오셨네!” 하시는 게 아닌가?

뒷말이 궁금했는데 뜻밖에도 “아, 우리는 알몸 동기생 아니요?” 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을 동네 사우나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다. 모두 박장대소했다. 나는 속으로 ‘흐음, 알몸 동기생이라? 위선과 거짓의 옷을 벗어버린 알몸 동기생이면 더욱 좋겠구먼’ 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님께서는 나와 함께 20-21세기를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별동기생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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