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교황님께] 법현 “방한 큰뜻 벌써 잊어 안타깝습니다”
[아시아엔=법현 스님] 먼저 교황님과 교황님의 지도아래 사목하시는 여러 신부, 수녀님들의 사랑으로 온 누리의 가톨릭인들이 슬기와 사랑 가득한 삶 사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교황님이?한국을 다녀가신지 두달 반이 지났습니다. 교황님의 방한은 가톨릭인들만의 기쁨을 넘어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 사랑과 슬기, 지혜와 평화의 빛이 흠뻑 내리쬐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웃 종교인 천주교와 특별한 인연을 지녀오고 있습니다. 젊어서 천주교회의 피정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한국 그리스도사상연구소 등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여해 주제발표를 한 적도 있습니다. 저 전번 교황이신 요한바오로 2세님의 교회 밖의 구원설을 접하여 이웃 종교인으로서 기쁨을 느꼈고, 교황청의 부처님 오신날 봉축메시지를 모시는 인연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를 콘클라베에서 선출하였을 때 메시지를 한국 천주교 언론에 보내 기쁨을 함께하고 축하드렸으며, 이번에 오시는 성하 프란치스코교황님을 한국에 소개하는 책자 <세상 끝에서 오신 교황 프란치스코>의 서평을 쓴 바 있습니다.
주제 넘게도 불교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깨닫고도 깨닫기 전처럼 사시는 분이지요!”라고 하였답니다. 사랑이 넘치는 사회, 이루어진 사랑이 깨어지지 않고 더해가는 가정이 되는 방법을 익히고자 부부사랑증진 프로그램인 M.E.에 동참한 적도 있습니다. 이 모두 종교간 대화가 잘 되고 있는 한국이라는 특별한 토양에 제가 살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또, 한국 천주교는 이웃하는 교단들과 함께 한국사회의 평화를 이끄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중요한 공동체 구성원입니다.?
교황님께서?한국에서?살피고?들리신 곳 특히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신 걸음걸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곳이 많이 있지만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해 덜 가지게 된 이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빛을 쬐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교황님, 이 땅의 지도자 특히 정치, 경제, 종교의 지도자들이 남보다 먼저 바른 견해를 지니고 남들에게 권위적으로 지도하지 않고 교황님처럼 제대로 된 행동강령을 스스로 실천하며 주위에 나눌 때 그 복이 이웃에게도 나눠지고 온 누리에 그득하게 되면 지도자에게 그 복이 모두 돌아간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소서.
소련과 미국이라는 큰 나라 이념의 편 가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근본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을 아프게 느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남북의 지도자들이 뿌리에 자리 잡은 불신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반만년 이상을 한 뿌리를 유지하며 지내서 언제라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가능성을 꿈꾸는 큰 믿음을 가꿔가도록 일깨워 주십시오. 하나 되는 그것은 이념마저도 넘어서는 것임을 알려주소서.
그리스도교의 출발지인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척박한 사막 땅에도 하늘의 단비가 내리면 기화요초가 피어나고 아름다운 벌과 나비 새들이 저축하지 않는 먹거리, 길쌈하지 않은 의복들을 뽐내지 않고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나라가 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살맛나는 땅이 되도록 이 땅의 구성원 모두에게 지혜의 빛을 나눠주신 교황님.?슬기로워야 참으로 사랑하고, 참되게 사랑해야 슬기롭다는 것은 성경에서도 불경에서도 일치하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가르침 확인해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하온지요..
교황님의 건강은 비단 가톨릭인들 뿐만 아니라 지구촌 희망 가족들 모두의 소망이오니 부디 소홀히 하지 마시고 챙기시어 청안하시길 엎드려 축원 드립니다.
무상법현(열린선원 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대화위원)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