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스님의 동행] 메르스도 한마음으로 뭉치면 이길 수 있어

2015년 여름 메르스가 한반도를 강타할 당시 서울 미동 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메르스 예방책의 일환으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받고 있다.

[아시아엔=법현스님 열린선원장] “멈췄거라, 어디를 가는 게냐. 서라!”
“다른 사람에게 멈추라고 하지 말고 헐떡이는 네 마음부터 멈춰라!”

나쁜 스승에게 잘못된 가르침을 받고도 어리석어 그것이 진실인 줄 알던 이가 있었다. 사람의 엄지손가락 100개를 목걸이로 만들어 걸면 모든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사람이다. 본래 이름은 ‘해치지 않는 평화주의자’라는 뜻인 아힘사(Ahimsa)인데 99명이나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했다 해서 ‘손가락 목걸이’라는 뜻을 가진 앙굴리말라(Angulimala)가 제 이름이 되었다. 100개의 손가락을 모으기 위해 심지어 제 어머니까지 해치려 했으나 다행인지 다른 사람이 나타나 그를 쫓아가면서 나눈 이야기다.

그는 다름 아닌 석가모니 부처님이었다. 부처님은 살인마인 그마저도 교화해서 수행자가 되게 하고 잘 지도해서 최고의 경지인 아라한과(阿羅漢果)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그를 교화한 이야기를 다룬 경전인 <앙굴리말라숫따>(Angulimalasutta)에는 참으로 소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세상 그 어떤 중생도 전생에 너의 부모형제 아닌 이가 없었다.”

이웃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 더 멀리 나아가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까지도 가까운 인연이라는 가르침은 깊이 새겨보면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가 아닌 남들을 그저 관계없는 남이 아니라 친척이나 가족 그 가운데에도 부모나 형제, 아들 딸이라고 본다면 보는 눈, 마음이 한결 따뜻해질 것이다. 꼬여버린 관계가 있을 수 없겠지만 꼬였다 할지라도 푸는 길이 있을 것이다.

더위가 한창인 요즈음 메르스(MERS)라는 중동발호흡기증후군이 한국을 떨게 하고 있다. 작년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수백명이 하릴 없이 세상을 뜨게 된 가슴 아픈 일이 한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하더니 이번에는 메르스 때문에 슬픈 일을 겪고 있다. 메르스는 쉽게 말하면 감기증상이다. 메르스 전파의 매체가 처음에는 동물이었다가 사람으로 옮겨서 변이가 생기고 빠른 전파성 탓에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백신이 없어서 정확한 치료법을 못찾고 있다고 한다. 몇년 전 조류독감이나 사스(SARS), 에볼라, 신종플루 등 비슷한 질병들이 창궐해왔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큰 문제인 것은 현재진행형인 탓도 있지만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에 더 그렇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을 즈음에는 모두 정리하고 환자들은 치료가 되어 건강하게 살고 어려움을 더 겪은 이들에게는 사회와 관련단체에서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교에서는 삼재(三災)라는 말을 한다. 경전에 나오는 삼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대삼재이고 둘은 소삼재이다. 대삼재는 글자 그대로 규모와 범위가 큰 재앙이고 소삼재는 상대적으로 적은 재앙이다. 대삼재는 물(水), 불(火), 바람(風)의 해를 말한다. 소삼재는 질병(疾病), 기근(饑饉), 도적(盜賊)을 말한다. 정보와 운반수단 및 치료제와 방법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시대에는 저런 것들이 대단한 재앙이었다. 요즈음에는 통신대란이나 쓰나미, 원자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이나 폭발사고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위험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부터 우리부터 씻고 쉬고 잘 먹는 것이다. 그랬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이야기이고 요즘에는 사회안전망 즉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아니 잘 갖추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잘 먹어야 한다. 그리고 존재, 생명에 관한 자비, 사랑의 정신이 많이 퍼져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웃이, 아니 먼 곳에 있는 모르는 이들이, 더욱 외국에 있는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가깝게 느껴져야 한다.

어느 인류학자는 말한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은 다른 인종이라고 할만한 다른 유전자가 하나도 없다.” 피부 빛깔만 조금 다른 것을 어찌 다르다고 하느냐는 탁견인 것이다. 나아가 불교의 경전에는 더욱 중요한 말이 있다. 앞에서 말한 <앙굴리말라숫따>(앙굴마라경)의 “이 세상 그 어떤 중생도 전생에 너의 부모형제 아닌 이가 없었다”고 하는 말씀이다.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 있냐는 것이다.

세월호 사태도 그렇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도 가장 큰 문제는 사고나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자세이다. 가장 좋은 자세는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감추고 가려야만 더 좋아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빼고 모두 다 알려야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법을 찾아내고 실천할 수 있다. 정보를 공유하는 순간 함께 하는 이가 되어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발병, 전염, 치료, 대책수립과 발표 및 진행, 뉴스보도 그리고 그것을 접하는 시민들 모두가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하며,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잘 되는 사회는 약해지지 않는다.” <아함경>(阿含經)
“남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살피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살피는 사람은 슬기로운 사람이다.” <법구경>(法句經)

의견을 잘 모아서 마음을 강하게 하고 따뜻하게 해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잘 챙겨서 메르스같은 질병에 따라붙는 마음의 병을 잘 다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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