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스님, 변선환 목사 20주기 추모사 “이웃종교간 대화는 부처님 최고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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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법현 열린선원 스님,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 20년 전 이 땅의 다른 종교들이 이웃종교로 더 가까이 살아가게 하는데 커다란 마중물 역할을 하신 ‘일아’ 변선환 목사님 영전에 깊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변선환 목사님과 함께 종교간 대화운동을 이끌었던 여러 선배 스승님들을 존경하는 후학의 한 사람으로서 대화의 성지 가운데 중요한 곳인 감리교신학대에서 주최하는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

특히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중요분과 가운데 하나인 종교간대화위원회를 맡고 있는 필자는 변 목사님을 추모하는 세미나를 통해 이땅의 종교인들이 인류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넉넉한 품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축의 이론에 의하면 종교의 발달은 제1축의 시기에 생긴 분리세력의 소산물이며, 제1축에 의해 수승한 지혜, 정신적인 힘과 종교적 문화적 형식의 풍부함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제 제2축의 시기에 집합의 힘이 작용해 중심결합의 지점에서 각 종교들이 만나고 다른 종교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면서 창의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지켜져야 한다. 종교간 대화는 상대방의 논리를 깨기 위한 변증법적 대화가 아니라 상대방 종교의 우수성이나 다른 점을 받아들여 자기 종교의 완전성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기 때문이다.

이 몇 가지 전제들에 관해서 스위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이들은 상호이해 속에서 오해를 고치고 진가를 인정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둘째, 자신을 상대방의 의식 속으로 이입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진가를 체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 이런 창의적 결합이 완성되면 종교는 21세기를 특징지을 복합적 형태로 발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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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롤드 카워드 역시 종교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전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모든 종교에는 인간의 개념을 초월하는 실재의 경험이 있다. 둘째, 그 실재는 한 종교 또는 여러 종교 안에서도 복수의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다. 셋째, 종교의 다원적 형태는 도구적 역할을 한다. 넷째, 우리의 특수적 경험은 개인의 종교경험의 타당성 여부를 가름하는 판단기준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한다. 다섯째, 붓다의 비판적 관용성과 윤리적 자비정신은 언제나 지켜야 한다. 여섯째, 자기비판적 대화를 통해 초월적 실재에 대한 우리 자신의 경험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화의 중층적 전개가 가능해진 21세기에 종교간 대화는 비교종교학 차원뿐 아니라 실천적이고, 영성회복, 깨달음의 구현까지 진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선주의에 기초한 종교제국주의 극복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됐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이와 함께 우리 인간의 의식은 점점 더 지구적 의식으로 확대되어 가고 대화상대도 지구적 범위로 확대된다. 새로운 대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지구적- 더 나아가 우주적 대화까지-대화는 가능할 뿐 아니라 매우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종교적 동물인 인류는 “대화냐 아니면 죽음이냐”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바르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찍이 불교의 역사에서 긴박한 종교간 대화를 경험했던 나가세나 존자의 ‘슬기로운 이의 대화(賢者의 對話)’와 미란다왕의 ‘왕들의 대화(王者의 對話)’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원용될 수 있는 종교간 대화의 제1의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계에서 함께 다정한 대화의 장을 마련했던 고? 이기영 박사님은 세미나 현장에서 돌아가셨다. 변선환 목사님은 서재에서 논문을 쓰다가 돌아가셔서 제자인 이정배 목사님께서 유고를 대신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종교간대화위원회에서는 실천의 현장, 학문의 현장, 대화의 현장에서 삶의 마무리를 하실 만큼 온 삶을 종교간 대화에 쓰신 변선환 목사님같은 삶을 사신 이웃종교의 어른들을 조명해가는 작업은 갈수록 그 필요성과 의미가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후학들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가르침은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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