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선원의 새벽소리] 알면서 짓는 악행과 모르고 짓는 악행 중 누가 화를 더 입을까?
[아시아엔=법현 스님, 열린선원 원장] 나가세나 존자여. 알면서 악행을 짓는 사람과 몰라서 악행을 짓는 사람은 누가 더 화가 큽니까? 대왕이여 몰라서 악행을 짓는 사람의 화가 더 큽니다. 불에 달군 쇳덩어리를 알고 잡았던 사람과 모르고 잡았던 사람은 어느 쪽이 심하게 데이겠습니까?ㅡ미란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
세 가지 독한 때(三毒) 가운데 어리석음이 제일이라고 하는 이유는 탐내고, 성내고 하는 것이 모두 어리석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란다왕에게 나가세나스님이 모르고 지은 죄가 더 크다고 하는 것이다. 불교의 특징이다. 사랑(慈)의 짝인 슬기(慧)수행을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초기불교의 경전 가운데 밀린다팡하(Milindapanha)라는 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미린다왕의 물음이라는 뜻으로 미란다왕문경, 나선비구경 등으로 번역됐다.
인도를 침략한 알렉산더 휘하의 밀린다라는 임금이 당시 인도의 고승 나가세나스님에게 물어서 얻은 답들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불교의 기본 개념을 잘 설명한 교리문답서처럼 편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