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의 한국 계파정치⑭] 보스-중간보스 연결고리는 돈 또는 자리?
[아시아엔=박종성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여·야·진보’로 나뉘는 한국정당구조는 시민들의 ‘피’와 유권자들의 ‘살’을 지탱근거로 삼는다. 한국정당을 인간의 신체구조에 비유할 때 계파는 곧 피와 살을 토대로 뻗어나간 신경조직망이다. 무엇이 그 신경조직을 통제할까?
두말할 필요조차 없이 그건 대뇌의 명령과 그에 의해 통제되는 중추신경조직이다. 계파조직의 중간보스와 계파 수장 없이 신경조직망은 잠시도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파를 은폐하면서 내면 활동을 두텁게 보호하는 오늘의 한국정당구조는 어떤 모습을 취할까?
실질적 세력 크기나 정치적 힘의 질까진 그만두더라도 현 단계 한국정치변화를 정당구조로 살펴볼 때 그 성격은 ‘제도권(X)-비제도권(-X)’의 물리적 중심축과 이들이 표방하는 ‘보수(Y)-진보(-Y)’의 또 다른 이념축이 맞부딪치는 긴장의 메커니즘이 결정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축은 대권을 향한 계파정치운영에서 늘 힘의 안배를 좌우한다.
특히 보수 정당구조(X·Y)가 진보세력(-X·-Y)의 제도화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중간계층의 행동선택은 ‘X·-Y’나 ‘-X·-Y’의 정치적 입지점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야권은 늘 정국운영에서 이같은 사실을 중요시할 것이고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돌려놓기 위해 신중히 행동할 것이다. 결국 ‘여·야·진보’의 정치적 대결구도가 제도경쟁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한국정치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국 계파정치가 지니는 배타적 응집력과 수장 개인의 정략적 흡인력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제도적 경쟁관계가 미래를 지배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대권 앞에 광분(狂奔)하는 한국의 주도 정치계파들이 수장 개인을 중심으로 재결집하는 현실 속에서 이 같은 기대는 유예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계파를 움켜쥐는 중추신경조직과 대뇌구조는 지금까지 어떻게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대권을 장악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지탱하는 계파의 강인한 신경망은 어떤 환경에서 배양·분열·확산하여 오늘에 이르는가? 계파 주변에서 이를 견제하며 등장한 유사 계파들과 잔존세력은 어떻게 대권주변부로 모여 드는가? 정권 교체기와 격변기마다 모이고 흩어지는 그들의 행각은 한국정치사에서 무엇을 말해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