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부전녀전 기부천사’ 박명윤 전 청보위 위원장-소현 장애화가 “나누면 기쁨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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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역임하고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며 요즘도 매주 1~2차례 보건과 영양과 관련한 ‘ 청송칼럼’을 쓰고 있는 박명윤(77) 보건학박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부 실천가로 꼽힌다. <아시아엔> ‘보건영양’ 담당 논설위원을 겸하고 있는 박명윤 이사장은 “기부는 부자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사회지도층 1000명이 회갑(60세)에 1억원, 고희(70세)에 1억원을 사회에 기부하며 수많은 청소년과 불우한 이웃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박 이사장의 딸로 지난 23일부터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박소현 꽃그림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소현(39)씨는 구개파열로 태어나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수술을 받고 언어치료를 받았으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여 언어장애 4급(장애인)을 받았다. 2008년 전시회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을 여는 박소현 화가는 “당시 수익금 전액을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에 기탁한 것처럼 이번 개인전 수익금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명윤-소현 아버지와 딸이 23일 소현씨 개인전 전시회에서 만나 △소현씨의 어린 시절 △그림 이야기 △기부와 사회환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아엔>은 이들의 대화를 정리해 독자들께 소개한다.-편집자

-전시회 축하한다. 두번째지? 자랑스럽구나, 내 딸 소현아.

“아버지께서 함께 해주신 덕택이지요. 그리고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가르쳐 주신 최영선 선생님께 감사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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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림은 주로 꽃을 소재로 그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니?

“저는 ‘꽃’이 너무 좋아요. 그중에서도 해바라기요. 집에도 그래서 제 해바라기 그림이 우리 가족들을 반기잖아요. 분홍색이 특히 좋아요. 요즘은 안 그러시지만 아빠가 전에 이따금 걱정하셨지만, 제가 4급 언어장애인 것이 저보다 더 심한 장애우를 늘 생각하게 돼 고맙기도 해요.”

-녀석, 아빠보다 낫구나. 이리 오렴 한번 안아보자.

“하하하. 고마워요, 아빠. 저는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이 편해요. 아주아주 행복하구요. 여행도 좋아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지만 그래도 제일 좋은 건 그림 그리는 것, 그리고 아빠와 이런 얘기 나누는 것, 그게 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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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는 어떤 작품이 나왔지?

“10월6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는데, ‘수레국화’, ‘산속의 별밤’, ‘추억의 오솔길’, ‘열정’ 등 모두 25점을 그렸어요. 아빠도 한 점 사주실 거죠?”

-우리 소현이 작품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아 다양한 색으로 채색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더라.

“과찬이예요. 그냥 저는 보시는 분들의 마음이 환하게 열리면 만족해요. 꽃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도 순수한 것 같아요.”

-지난 2008년 첫 개인전 때 수익금을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에 기탁했었지? 이번에도 그럴 예정이니?

“그때는 작품 판매대금 중 갤러리 대관료 등 기본비용 제외하고 수익금 300만원 모두 엄마가 10년 넘게 후원해온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에 보냈어요. 이번에는 심장병어린이 수술비로 세브란스병원에 보태려고 해요. 아빠도 늘상 그러시잖아요. 회갑 때 1억원, 칠순 때까지 1억원, 3년 뒤 팔순이 되실 때도 1억원 하시기로 벌써 약정하셨잖아요. 저는 그런 우리 아빠가 참 자랑스러워요.”

-내가 기부에 대한 얘길 좀 하마. 회갑을 맞은 1999년 서울대 특지장학기금 5000만원, 아동복지기금·청소년육성기금·청소년학교 발전기금·평화와 통일을 위한 복지기금·의료선교기금 등으로 각각 1000만원 등 모두 1억원을 냈지. 2000년부터는 1000만원 단위로 돈이 모이는 대로 바로 기부했단다. 청소년지도장학회에 3000만원, 소년소녀가장장학회와 국제문화장학회, 남북나눔공동체, 아동복지기금, 의료선교기금 등에 1000만원 등 고희 때까지 다시 1억원을 기부했어. 스스로 생각해도 잘 한 일 같아.

“정말 자랑스러워요, 아빠! 그런데 아빠는 사업가도 아니고 할아버지한테 재산 물려받으신 것도 아니잖아요?”

-네가 알다시피 나는 정년 때까지 유니세프 등에서 40년 이상 봉급쟁이로 살아왔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 조금만 절제하면 매달 일정금액을 모아 이웃을 위해 쓸 수 있더구나. 마음 먹는 게 중요하지 돈이 많고 적고는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한단다.

“전적으로 공감해요.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의지할 곳이 없어요. 그런 분들 위해 있는 분들, 특히 많이 배우고 돈도 많은 분들이 사회환원을 많이 했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도 진짜 선진국 되는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네 말이 딱 맞단다. 정치인·기업인·교수·의사·변호사·고위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기부하겠다는 마음만 먹고 절약하면 10년에 1억원 정도는 모을 수 있거든. 시장 할머니들이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 수십억원을 기부하는데, 온갖 사회적 혜택을 받아온 지도층 인사들이 기부하는데 인색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

“역시 우리 아빠 멋지세요. 사회의 도움으로 쌓은 재산의 일부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내년 국회의원 선거 있잖아요. 그때 병역과 납세의무 이행한 것만 보지 말고 평소 얼마나 시민단체나 시설 등에 기부했는지 유권자들에게 공개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도 그걸 집중적으로 따져보는 문화가 우리도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해요.”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선거나 청문회 앞두고 큰 돈을 일회성으로 내는 게 아니라 평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기부하는 게 진정한 기부가 아닐까 싶단다. 기부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아직은 동정적, 일회성 기부가 많고 사회 지도층의 정기적인 기부 문화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거든.

“아빠 기부하게 된 계기 좀 들려주세요.”

-1994년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단다. 진행자가 “회갑 때 뭘 하고 싶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가능하면 돈을 좀 모아 장학금을 내고 싶다”고 했지. 그 후 하루 용돈을 5000원 정도로 줄이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며 점심은 구내식당을 이용해 한달에 200만원 정도씩 저축하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5년을 모아 1999년 회갑 때 1억원을 기부했던 거란다. 2000년부터는 연금 받으면 월 100만원씩 자동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았어. 10년간 해외여행 한 번 못 갔지만, 결코 후회는 없단다.

“제가 해외여행 시켜드릴 게요. 해외에도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나라가 참 많잖아요?”

-맞아. 내게 기부금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어. 마음먹기에 달렸지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단 말이다. 기부는 자기가 쓰고 싶은 것 다 쓰고 남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기부할 돈을 떼어놓고 쓰는 거라고 봐. 아참, 네가 얘기한 대로 팔순 때 1억원은 그동안도 일부 그랬듯이 네팔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같은 해외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전달될 거야. 우리 딸 멋진 아이디어, 땡큐!

‘부전녀전’(父傳女傳) 기부천사 박소현 화백의 꽃그림은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 △연세대학교회 친교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7층 휴게실 및 8층 간호사실 △하나로 의료재단 △사단법인 동의난달 △사단법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정승기정형외과의원 원장실 등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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