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경제 살린 ‘지렁이 농법’···”카스트로 구한 건 해외원조도 정치력도 아닌 유기농이었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유기농이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사 방법을 말하며, 유기농업, 유기농법이라고도 한다. 유기농의 롤 모델로 ‘쿠바(Cuba)의 지렁이 농법’을 빼놓을 수 없다. 쿠바가 경제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원조나 정치의 힘이 아닌 바로 작은 미물인 지렁이를 이용한 농법이다.
‘땅속의 농부’라고 부르는 지렁이는 땅속 깊숙이까지 구멍을 뚫어 공기를 순환시키고 빗물을 통과시켜 유익한 미생물을 번식시켜준다. 또한 썩은 식물이나 동물을 섭취하여 질소, 칼슘 등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제공해 준다. 한편 쿠바의 도시농업은 획일적이던 쿠바의 농업구조를 바꾸어 놓았으며, 도시농업의 성공으로 시장경제의 구조를 변화시켰다.
도시농업(都市農業, urban agriculture)이란 도시 내부에 있는 소규모 농지에서 경영하는 농업을 말한다. 개발도상국에는 도시 내부에 소규모 농지가 존재하고 있어 식량 시스템의 보완, 빈곤의 완화, 유기질 폐기물의 재활용 등의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도심의 빌딩, 주택의 옥상, 가로변의 유휴지 등을 이용하여 식물재배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농업이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농업(agriculture)과 여흥(entertainment)을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있다. 또한 농사활동을 통해 도시 생태계의 보전과 사회 공동체 회복에도 큰 효과가 인정되면서 도시농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 거주민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스티브 카플란(Steven Kaplan) 교수는 자연이 인간정신에 미치는 이점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인간은 자연을 체험하면 기력이 회복되며, 특히 식물의 녹색은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미국의 대기환경 전문가인 울버튼(B.C. Wolverton) 박사는 사람이 식물 근처에 있거나 식물을 돌보면 편안함은 느낀다고 하였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고도화된 문명의 발달은 우리의 눈을 다시 자연으로 향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오늘날 도시농업 전문가들이 잉카(Inca)의 도시 마추픽추(MachuPicchu)에 주목하는 이유는 탁월한 자생 프로그램 때문이다. ‘잉카’ 왕국은 15세기부터 16세기 초까지 남북으로는 콜롬비아로부터 칠레의 마울레강(江)까지, 그리고 동서로는 태평양 연안으로부터 안데스의 동부 계곡 지대까지 방대한 지역을 정복하여 제국을 건설하였다.
‘마추픽추’는 페루 남부, 쿠스코 주 중부에 있는 잉카 왕국의 유적으로 해발 2400m에 위치하고 있다. 1911년 미국인 빙엄이 발견하지까지 400년간 알려지지 않았던 유적으로 광대한 석조 건조물이 남아 있고 공중 도시로 불리는 관광지이다.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마추픽추 유적은 우루밤바강(江)과 마추픽추산(山)이 둘러싸고 있는 지형으로 인하여 외부에서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잉카인들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급경사면에 계단을 만들고, 능선 위로 펼쳐져 있는 쟁반처럼 좁은 평지에 도시를 건설했다. 따라서 좁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했기에 건물들은 빼곡히 들어서 있고, 도시 아래 급경사면에 만들어진 계단식 밭이 유적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마추픽추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농업지역, 생필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지역, 그리고 사후(死後)의 세계를 안치하는 신성한 지역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특히 주거지역과 농사지역이 같은 면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농업지역 농경지(農耕地)는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높이의 차이를 이용해 위쪽 계단에는 낮은 기온에 적합한 고랭지 식물을 심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따뜻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곡물을 재배했다. 또한 농사에 필요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재활용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잉여 농산물은 시장을 열어 유통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등 완벽한 자생력을 갖추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