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이 만난 사람① 민병돈] “전두환 대통령 계엄령에 맞선 참군인”
[아시아엔=함영준 언론인,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1980년대까지 군은 우리나라 ‘최고 실세’였다. 민병돈 육사교장은, 노태우 대통령 앞에서 북방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현직 육군 중장의 이러한 행동은 일파만파 퍼져 민주화에 반대하는 군부 강경세력 반발로 인식되어 민병돈은 전역했다. 민병돈, ‘하나회’ 출신 육사 15기 대표주자이자 전두환 측근이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강직하고 소신이 강한 무골이다.”라는 평도 있지만, “상관도 못 말리는 독선적 인물이다.”라는 평도 있었다.
별명은 ‘민따로’. 대세나 관행 안 따르고 ‘소신’ 따라 행동했다. 군 내에서 ‘상납’하지도, 받지도 않았고, 부정선거 거부하고 자유투표를 독려했으며, 군대 내 불필요한 형식을 배격했다.
1987년 6월, 민주화 시위에 대해 전두환 정권이 강경진압을 계획하자 민병돈은 고명승 보안사령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께 군 출동 명령 취소를 건의하게.”
그리고 만약 대통령이 거부했을 때 청와대를 점령할 쿠데타 계획을 세운다.
“대통령과 의리보다 대한민국 장군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먼저다.”
전두환 : “누가 주도하는가?”
보안사령관 : “민병돈 특전사령관입니다.”
전두환 : (뜻 모를 미소 지으며) “… 알았어. 가봐.”
염려하던 군 출동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역사적인 6.29 선언이 발표됐다. 민병돈은 타고난 군인이요 강직함 속에 감춰진 하심(下心)의 사나이다.
지휘관 시절, 가난한 휴가병을 보면 주머니 털어 차비와 닭 한 마리 사갈 돈 쥐어주었고, 퇴임 후 공직 제의를 일체 거절한 채 중풍 걸린 아내를 수발하며 지낸다. 위만 바라보기 쉬운 군대 계급사회에서 드물게 아래를 굽어 살피며 살아온 사람이다.